심해의 등불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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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한 장이요."
"네~"

약간 날카로운 인상의 아저씨가 눈웃음을 지으며 티켓을 받아 절취선을 찢어낸다. 서현은 그 남자가 되게 웃을 일 없을 것 같은 인상이었는데 눈웃음을 지으니 정말 인상이 90년대 깡패처럼 되었다는 감상을 입 밖에 낼 정도로 눈치가 없는 사람은 아니었기에 입을 꾹 다물고 남자가 다시 내민 티켓을 받아들었다. 수족관. 혹은 아쿠아리움. 수많은 해양생물을 모아놓은 거대한 건물은 입구도 거인을 위해 만들어놓은 듯 굉장히 컸다. 서연은 걸음을 옮겼다.

커플끼리, 친구끼리, 혹은 가족끼리, 대부분은 다른 사람과 같이 온다. 서연은 솔직히 그런 것을 잘 이해할 수 없었다. 영화나 작품, 동물 등을 감상하기 위해서 타인이 필요한 것일까? 두 발과 두 손, 그리고 두 눈만 있으면 되는데.

물의 냄새가 희미하게 난다. 일부러 사람이 많은 시간대를 피해 들어오다 보니, 거대한 규모에 비해 의외로 조용한 내부. 서연은 자신의 신발에서 나는 발소리를 듣는다.

압도적인 신비의 폭력 앞에서 그 본질을 탐구할 수 있는 자가 얼마나 될까. 서연은 자신을 아래로 잡아당기는 중력을 믿지 못하게 되었으며, 자기 자신의 영혼과 연을 끊었다. 자신이 당연하게 여기고 있던 모든 것이 이 장소에선 통용되지 않았기에 믿을 수 있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어졌다. 자기 자신조차 믿을 수 없는 아름답고도 난해한 신비의 영역에서 서연은 길을 잃었다.

서연이 눈을 뜬다. 사실은 감고 있으며, 상상 속으로 만들어낸 모습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눈 앞에 보이는 것은 깊고 어두운 심연이었다. 흑색에 가까운 남색의 유체 속에서 기포가 부글거린다. 그것이 자신의 코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바닷속. 서연은 자신이 있는 곳이 깊고 어두운 바다의 내부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커다란 눈이 수천 개 달린 물고기가 자신의 옆을 유유히 지나간다. 그 눈동자 하나하나가 자신을 바라볼 때, 알몸이 된 것만 같았다. 형광색의 해파리가 온몸에 빛을 내며 그 물고기 위를 지나간다. 위가 아니라 아래일 수도, 아래가 아니라 안과 밖의 경계일 수도, 그 또한 아닐 수도 있으나 분명 물고기 주위를 지나간 것은 맞았다.

해파리는 투명한 표피를 가져 그 내부를 직접 볼 수 있다. 그 안에는 태아와 동일한 모습의 무언가가 박동하고 있었다. 그 무언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붉은색 체액을 흩뿌리며 터져나갔으며 곧바로 원래 모습을 되찾는다. 그리고 다시 터진다.

알 수 없는 순환. 자연의 순환은 거룩하고도 아름답다고 하였는데, 서연의 눈 앞에 있는 생명체는 거룩함과도, 아름다움과도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본능적인 역겨움이 머리를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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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ortal:abyshroom ( 27 Aug 2020 04: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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