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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적인 조명들이 어두운 밤하늘을 비추니, 그 어떤 별도 찾아볼 수 없는 밤이었다.
이제 내일이면 모든 게 끝난다.
어쩌면 새로운 시작일 수 있겠지만, 나로써는 그렇게 느끼고 싶은 것이 현실이었다.
침대에 누우니 머릿속으로 많은 날들이 지나갔다.
그토록 증오했던 이들, 그토록 사랑했던 이들. 모두가 포기했지만 나는 남았다.
눈을 감았다.
증오했던 이들의 얼굴이 먼저 떠올랐다. 학교생활은 항상 즐겁고 사교적인 모습을 보인 나였기에, 학원생활이 다르랴 라고 생각했던 나였다. 그러나, 나는 학원에서 왕따나 다름없었다.
특이한 놈이었고, 이상한 놈이었다. 학교에서 유일하게 인정받던 '공부'라는 놈은 여기서는 무용지물이였다. 공부로 인정받지 못하는 나는 그저 이상하고 특이한 놈이었다. 어쩌면 공부 때문에 학교에서 왕따 당하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버텼다. 공부로 인정받거나, 특이한 놈이 아니라고 인정받을 때까지. 그리고, 결국 인정받았다. 정확히는, 그놈들이 학원을 전부 나가버릴 때까지 버틴거지만.
마음이 맞는 다른 친구들이 생기고 차츰 마음에 안정이 생길 때 쯤, 오히려 물리적인 변화들이 찾아왔다. 오래 앉아있다 보니 허벅지 쪽 피부는 아토피가 심해져 곪아버리는 수준이 되고, 연필을 세게 쥐는 습관 때문에 손 이곳저곳에 굳은살이 배기거나 물집이 잡히고, 오른쪽 네번째 손가락이 10도 가량 휘었다.
그래도, 버텼다. 내일을 위해. 끝을 위해.
내일이 찾아왔다.
평범하게 경시대회 준비를 위해 학원에 갔다. 아침에 타는 버스는 왠지 모르게 상쾌했다. 버스를 타고 20분 거리에 학원헤 도착했을 때쯤, 그것이 다시 상기되었다.
합격자 발표까지 3시간 남았다.
학원에 도착했을 때 친구들은 나를 응원해주었다. 긴장감으로, 나는 친구들에게 응원에 대한 감사조차도 해 줄 수 없는 형편이었다.
합격자 발표까지 2시간 남았다.
그리고, 긴장감에 나른해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나는 수업시간에 졸고 말았다.
합격자 발표까지 1시간 남았다.
그리고 문제를 풀고 있을 때쯤, 3시 정각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축하합니다…'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내가 증오하던 사람들에 대한 생각은 완전히 사라졌고, 이젠 신경쓰지도 않게 되었다. 이젠 내게 남아있는 건 앞으로의
행복…
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쳇바퀴는 다시금 내 목을 조이기 시작했고, 나는 그 쳇바퀴 속에 다시금 불나방처럼 뛰어들어가야만 했다.
아마 중간고사 전 쯤이었을 것이다. 나는 열심히 공부했고, 이상하게 다른 친구들은 공부를 그렇게 많이 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험 일주일 전, 룸메이트가 말했다. "너는 왜 기숙사에서 공부하는 거야?"
나는 의아해했다. "그야… 시험 전 주니까?"
룸메이트가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그러니깐… 왜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게 아니라…"
정적이 흐른 몇 초 후, 룸메이트는 자신이 말실수를 했다는 걸 깨달았다.
"아냐, 그냥 못 들은걸로 해."
난 그제서야 알았다. 아니, 아는 것이 없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알아야만 했다. 룸메이트의 멱살을 잡고 소리질렀다.
"아니, 나도… 나도 알아야겠어. 독서실? 니들이 공부 안하는 이유가 있는 거지? 그렇지?"
룸메이트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계약 사항 위반이라고 했지만, 한 달이라는 시간동안 잘 지내왔던 물레이트이거니와 나를 믿는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그래도, 버티기로 했다.
나는 악을 쓰고 공부했고, 또 공부하고, 또 공부하고…
씨발 괴물 같은 놈들.
아님 괴물 같은 물건인건가?
아, 괴물 같은
돈이였어.
- portal:agent-wanderer ( 30 Sep 2020 16: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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