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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으로 가는 후송차 안은 항상 덥고 비좁았다. 별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항상 다른 사람들로 가득찼기 때문이다. 가끔은 사람이 아닌 것도 있었고 말이다.

그러나 오늘은 조금 달랐다. 정말 운좋게도 나 혼자서 뒷칸에 앉을 수 있었다. 뭐, 재단도 가끔은 쉬는 날을 가지나 보다. 처음에는 나 스스로도 이런 상황에 익숙하지 못해 잔뜩 긴장하면서 앉아있었지만, 시간이 좀 지나자 아예 드러눕다 싶이해서 앉을 수 있었다. 어쨌든 벨트는 생각보다 훨씬 헐렁하게 만들 수 있었으니 말이다.

중간에 갑자기 멈췄을 때, 나는 순간 재단이 아니라 공항이라는 거에 살짝 당황했다. 무진쪽 공항인 거 같았는데, 아무래도 나라 밖에서 오는 손님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자 나는 왜 오늘 후송칸에 나 혼자 앉아있게 되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도데체 얼마나 어떤 놈이 올려는지 몰라도, 아주 단단히 커다란 녀석임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벌써부터 재단 가는 내내 고통받게 될 걱정을 하게 되었다.

"저…. 안녕하세요?"

"안녕….. 어?"

차 안에 탄 것은 여성이었다. 왠만한 인간보다 더 큰 것도 집어넣을 수 있는 호송차에 그녀가 타자 안 그래도 체구가 크지 않은 그녀가 더욱 작아보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녀 또한 심하게 당황한 것 같아보였다는 것이다. 인삿말부터가 의문문하고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그러니까, 어…. 근데 나 도깨비인데 괜찮으시겠어?"

사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야 아직 어린 애 티도 못 벗은 조그마한 여자가 이런 곳에 갑자기 들어오면 누가 당황을 안하냐고? 그래도 그렇지 처음부터 내가 도깨비라고 지껄이는 걸 보니 나도 어지간히 놀란 모양이긴 하다. 솔직히 말해서 좀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 정도였다.

"괜찮아요. 저도 비슷한 친구들이 많아서요."

응, 그건 좀 무섭다. 나 같은 사람들이 잔뜩이라니. 그런 일이 벌어질 만한 곳은 재단밖에 모르는데, 외국은 확실히 이상한 일이 많이 일어나는 것 같다.

"그럼 나야 다행이고."

그리고 나는 한동안 좁은 차창으로 눈을 돌렸다. 이미 아는 길이지만, 차는 이미 국도로 빠져나와 인적 없는 길을 달리고 있었다. 이미 해가 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아마 재단에 도착할 때 즈음이면 밤이 될 것 같았다. 그럼 너무 늦게 가버리면 그대로 굶어버리는 건 아닐까하고 걱정하던 참에 갑자기 그녀가 말을 걸어왔다.

"어떻게 오는 길인가요?"

"나야 뭐…. 수시로 오는 곳이지. 뭐 이것저것 검사 받고 그러는 거 밖에 하는 일이 없어."

"거기, 많이 바뀌었나요? 저는 오랜만에 가보는 곳이라서요."

"바뀌다니? 내가 처음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하나도 안 바뀌었는데."

"그런가요. 거기 제 고향 같은 데였는데."

"고향? 거기에 사람이 살고 있…. 아."

확실히 거기에 살만한 사람들은 많았다. 재단에 의사나 과학자만 있는 곳은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그런 시설일 수록 잡무가 잔뜩 쌓이기 마련이고, 그런 잡무를 하는 사람들이 어디 나갈 수는 없을 것이다.

"좋은 기억이 많은가봐?"

"그냥요. 어렸을 때 잠깐 살고 말아서요. 그래도…. 확실히 싫은 기억은 없었네요."

그녀는 자기의 고향이 산골짜기 깊은 곳에 있던 시골 마을이라고 했다. 지도에도 나오지 않아서 마을 이장이 동사무소에 주기적으로 내려가서 마을 사람들의 편지를 가져다줄 정도로 깊은 마을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그녀는 마을 밖으로 곧잘 나가고는 했는데, 그녀의 말에 따르면 마을과 마을 밖 어느 곳을 이어붙인 길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거 변칙이겠구만."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았겠어요. 다 아는 길이었는데."

말 그대로 그 길은 모두가 아는 길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시장에 내려가서 찬거리를 사올 때도, 아이들이 학교에 나갈 때도 그 길을 사용했다. 뿐만 아니라 이웃 사람들도 그녀의 고향 마을에 놀러오곤 했다. "계곡이 시원했거든요." 마침 길을 따라가다 보면 작은 계곡을 건너가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여름날에는 꽤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거기서 피서를 했던 모양이다.

"그렇게까지 알려졌다면 재단이 찾아내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래도 재단이 오고 난 후에도 계속 살아도 되는 거 아니야?"

"그 길을 묻어버려야 되잖아요."

"길만 묻는다면, 아니 그럼 거기에 사는 사람들은?"

"길 끝에 있는 마을이요? 그것도 당연히 묻어야죠."

"그건…. 그냥 고향이 없어진거잖아."

"그래도 살던 사람들까지 쫓아낸 건 아니니까 다행이라고 해야할까요. 어쨌거나 재단은 저희 부모님들을 직원으로 고용하시더라고요."

"그럼 너는? 너는 다니던 학교 어떻게 된건데?"

"전학 갔어요. 무진 쪽으로. 물론 다시 고향에 돌아오기는 힘들게 됬어요. 새로 난 길은 정말 정말 멀었거든요."

"그러면 너는 거기가 어떻게 된건지 여태 모르는 거야?"

"네."

"…."

그러고 변칙개체가 되서 고향에 오는 거라니.

"얼마나 많이 바뀌었길래…."

"몰라. 좋은 기억은 솔직히 없어서."

"말하기 싫으시면 말해주지 않으셔도 돼요….!"

"내가 도깨비라는 것도 거기서 알게 된거니까…. 응. 재단하고 내가 개같이 산 거하고 떨어져서 생각하기가 쉽지 않네…."

그녀는 나하고 눈도 못 마주치고 그대로 고개만 떨구고 있었다. 친구가 많다고 했었지. 나 같은 사람들을 정말 많이 만난 것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재단 바깥은 여기하고 분위기가 많이 다른 것 같은 모양이다. 저 여자가 아니라 다른 변칙 개체가 오늘 탔다면 호송차 안에서 서로 가진 변칙의 장애같음에 대해 욕이나 해댔을 것이다.

"아냐, 그래도 얘기 해줄래."

그래도 적어도 나처럼 굴러떨어지는 것만은 피하게 해주고 싶었다.

"아마 알고 있겠지만 네가 지금 가는 곳은 재단의 교정시설이야. 처음에 내릴 때 무슨 박사가 나와서 네가 누군지, 그러니까 너의 변칙이 뭔지 확인할 꺼야. 그때 거짓말해서 넘어가려 하지 말고 그냥 그 박사한테 보여주기만 하면 돼. 좀 창피할 수는 있지만 다른 놈들도 똑같으니까 괜찮아.

다 확인하고 나면 검사실로 보낼꺼야. 거기서 검사가 끝나고 나고 너만 남기고 나갈 수도 있는데 그냥 가만히 있어. 어차피 문은 잠기고 너만 남을테니까. 거기는 격리실 역할도 하거든. 그냥 시키는 대로만 하면 절대 안 다치니까 겁만 먹지마. 거기 사람들 별로 참을성이 좋지는 않으니까 그냥 시비 걸지마.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냥 무조건 하라는 대로 하기만 해. 다른 건 하지도 말고. 근데 혹시, 진짜 만에 하나, 만약 재단이 너에게 명령 대신 제안을 한다면 정신 바짝 차려야 돼.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야. 재단을 위해 일할 생각 없냐는 내용일텐데 무슨 일 시키려는지 잘 들어야 돼.

청소 일 어떠냐고 하면 그냥 닥치고 싫다고 해. 그거 보통 격리실 청소야. 바보같은 오렌지색 쫄쫄이를 한 달 내내 입어야 하는 건 덤이고. 사무실에서 일할 생각 없냐고 하면 좀 고민해볼 만 해. 잡일만 엄청 시켜대겠지만 먹고 살 걱정은 안해도 되니까. 근데 거기 직원들이 널 보는 눈빛은 감당해야 할꺼야. 중요한 건 빨리 결정하는 거야. 거기 사람들 참을성 오지게 없으니까.

마지막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거긴 하지만 만약 연구받을 생각 없냐고 한다면…."

순간 머릿 속에서 불현듯 어떤 생각이 스쳐갔다.

"너 설마 SCP가 되서 여기로 오는 거야?"

그녀가 SCP라면 그녀와 나만이 단둘이 있게 된 이유가 설명 된다. 도깨비는 장난을 치더라도 장난에 당하지는 않는다. 그녀가 무슨 짓을 하든 나라면 당하지는 않을 만하다는 계산이 있었겠지. 눈 앞의 내가 당하지 않는다면 이 호송차도 일단은 안전할 테니까. 지금까지 재단은 나를 그렇게 써먹어 왔다. 나도 한번 재단을 써먹어봐야 겠다.

"잠깐, 지금 뭘하시는 거에요?"

"도깨비 장난."

차가 잠깐 덜컹거리는 순간 문은 쉽게 뚫렸다.

"어떻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아직 늦지 않았어. 재단은 의외로 멍청한 면이 있으니까, 갑자기 사라진다면 그건 그냥 네 새로운 변칙으로 기록하는 걸로 끝나겠지. 나중에 다시 널 잡으러 올 때는 좀 더 준비를 철저히 할테지만, 너는 더 멀리 도망쳐 버리면 돼. 재단이 못 쫓아오는 곳까지. 친구가 많다고 했으니까, "

그녀는 웃으면서 내 말을 끊어버렸다.

"필요 없어요."

"뭐?"

"재단은 제가 변칙에 대해서 배우길 원했어요. 그래서 당신 같은 친구들도 만날 수 있었구요."

재단이 아무 이유 없이 그런 걸 도와줬을 리가 없다….

"오늘 그렇게 공부를 해오다가 집에 돌아왔어요…. 스완 요원이라는 이름으로요. 그, 그리고 당신과 함께 여기까지 오는 게 제 첫번째 임무였어요…. 저도 고향 따라 바, 바뀌었어야 하는데, 바보 같이 저 혼자만 이렇게…."

"잠깐, 일단 진정하고 울지 말아봐. 어?"

"거, 거짓말 해서 죄송해요…. 하지만 정말 제 친구를 만난 것 같았어요….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는데…."

아까 차가 덜컹거렸던 것이 이제 보니 그 길에 있던 계곡을 건넜던 모양이다. 이미 차는 재단 바로 앞까지 왔다. 이제 문이 열린다면….

"하, 앞으로 날 만날 때마다 그렇게 달라붙으려고? 그러다가 내가 진짜 사람 잡아먹는 도깨비라면 어쩌려고 그래?"

"네?"

"이미 널 위해 도깨비 장난을 한번 쳤는데, 하나 더 해보려고."

나는 스완 요원의 얼굴을 닦아 뚫린 문에 집어넣었다.


"세상에, 너 신입 요원 맞아?"

요한 박사는 경악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지금까지 배운 게 있으니까요. 별 거 아니었어요. 진짜로요."

스완 요원은 쓰러진 그를 끌어서 들것에 눕혔다.

"확실히 이사관님이 기대할 만하긴 하네…. 치우는 건 우리가 알아서 할테니까 오리엔테이션 늦지나 말고 서둘러라."

"뭐, 담배 하나만 피고 가도 되나요?"

"확실히 너 정도면 오리엔테이션 다 들은 거나 마찬가지긴 하겠다. 그래도 너무 늦지는 말아."

스완 요원은 담배를 피기 시작했지만, 얼마 되지도 않아 다가오는 그림자를 보고 서둘러 담배를 끌 수 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 생기면 나한테 말을 하지 그랬니!"

"아빠, 그게 아니고…."

"뭐가 아니라는 거야! 바로 앞에 운전석에 내내 앉아있었는데! 일단 나중에 집에 가서 얘기 하자. 오늘 한번 더 왔다갔다 해야하니까."

아버지는 정말 참을성이 없어지셨다. 스완 요원은 새로 담배 꺼내는 걸 포기하고 건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고향에 익숙해지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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