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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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고기
나는 일식 요리사였다. 언제였던가 아마 석류구락부에 들어가기 3년 전 일이었을 것이다. 그 날은 유난히 손님이 많았다. 나는 정신없이 바빴고, 생선의 머리만 잘라놓은 채 잠시 자리를 비웠다. 다시 돌아왔을 땐 아직 신경이 살아있던 머리가 몸통을 뜯어먹고 있었다. 선혈이 낭자했던 그 장면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 이후로 난 조금씩 나의 피와 살을 씹으며 즐겼다. 손톱을 물어뜯는 것에서 시작하여 피, 가죽, 끝내 나의 허벅지 살을 도려내서 생으로 씹기 시작했다. 자해를 멈추게 된 것은 석류구락부에 들어가게 된 후였다. 3년간의 식사로 내 몸은 성한 곳이 없었고, 석류구락부에 들어가고 1년이 지나서야 내 몸은 피 흘리는 것을 멈추었다.

석류구락부에서 5년간 나는 익히지 않은 석류만 먹었다. 처음 석류구락부에 들어갔을 때 먹은 익힌 석류는 내게 3년간의 자해를 그리워하게 할 정도로 끔찍했다. 불로 익히지 않은 석류야말로 진정한 석류라고 생각하던 나에게 어린 석류를 요리한다는 소식이 내게 들려왔다. 그것도 갓 태어난 석류로. 수화기 너머에서 흘러나온 황홀한 소식에 난 새어 나오는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만찬을 즐길 장소에 들어서자 먼저 도마 위에 어린 석류가 눈에 들어왔다.
“오셨군요. 앞에 앉으시죠.”
요리사가 칼을 갈며 말했다.
“어린 석류를 드셔본 적 있으십니까?”
“훈제구이로 한 번 먹어봤습니다.”
“평소 생으로 석류를 즐기신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때 이후로 익힌 석류는 입에도 대지 않았습니다. 끔찍하더군요.”
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간만에 저와 비슷한 취향을 지니신 분을 만난 듯하군요.”

그가 어린 석류의 두개골을 열어 뇌를 꺼냈다. 접시 위로 옮겨진 뇌는 고급스러운 디저트를 연상시켰다. 그동안 석류들의 뇌를 몇 번 맛본 적 있었기에 깊은 풍미와 씁쓸함을 기대하며 그것을 입에 담았다. 기대하던 맛이었다. 아니 기대 이상이었다. 어린 석류의 뇌는 매우 기름지고 부드러웠다. 게다가 쓰기는커녕 오히려 달콤했으며 다 자란 석류의 뇌보다 풍미가 깊었다. 단 한 조각의 풍미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 맛에 감탄한 나머지 그것을 수십 번 곱씹고 혀로 느끼며 삼킨 후에서야 입을 열 수 있었다.
“이건… 정말… 정말 맛있군요.”
“어린 석류들은 부드럽고, 기름집니다. 특히 뇌는 정말 별미죠.”
“다 자란 석류들의 뇌는 씁쓸해서 거부감이 있었지만, 이건 오히려 달콤하군요.”
“다 자란 석류들은 불순한 생각을 많이 하니까요.”
그의 시시한 농담에 실웃음이 터져 나왔다.

뇌를 맛보던 그가 다시 어린 석류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어린 석류들은 뼈가 부드럽습니다. 특히 갓 태어난 석류는 말할 필요도 없죠. 뼈째로 씹어도 괜찮을 정도로 말입니다.”
그가 어린 석류의 배를 갈라 내용물을 비워내고 남은 생고기를 썰기 시작했다. 목부터 시작하여 가슴, 배, 허벅지를 지나 칼이 발에 도달했을 때 나는 한 폭의 그림과 같은 생고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아름다운 핏덩이를 삼키고 싶은 욕망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가 약간의 고추냉이를 섞은 간장을 내게 건네며 어린 석류를 권하자 나는 참지 않고 허벅지 부분을 하나 집어 입에 넣었다. 어린 석류의 뼈는 그의 말대로 부드러웠다. 하지만 어린 석류의 살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어린 석류의 살은 나의 혀와 이를 감싸며 날 흥분시켰다. 뼈와 살이 섞여 목 뒤로 넘어갔을 때, 난 탄성을 내뱉고 말았다.
“제가 먹었던 석류 중 단연 최고군요.”
“나중에 또 어린 석류가 들어오면 오늘과는 다른 방식으로 대접해 드리죠. 그땐 좋은 술도 준비해 두겠습니다.”
그날은 그렇게 만찬을 즐기다 집으로 돌아갔다. 식욕에 지배당했던 그 몇 시간은 어떤 오르가즘보다 강한 쾌락을 선사했다. 난 오늘도 그에게서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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