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수의 강의 녹취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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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용기적학 편.

좋은 저녁이군요. 다들 앉으세요. 방 뒤에 술, 물, 빵, 소금이 있으니 드시고 싶으면 드시고. 커피하고 도넛, 기타 등등도 다 갖춰져 있습니다. 그리고 술은 적당이 마셔요. 공짜 술 앞에서 정신줄을 붙잡을 수 있는 피직스 기관원을 본 적이 드물어서 말입니다.

주전부리 줏어와서 착석했으면, 의례에 대해 먼저 한 마디 하도록 하겠습니다.

빵과 소금은 동유럽에서 특별한 손님을 대접하는 전통적 수단이었다고 하지요. 놀랍지 않게도, 빵이야 먹어야 산다는 걸 의미하고, 소금은 그 당시에는 비쌌지만 역시 생명유지에 필수적이니까요. 그래서 그걸 받은 손님은 빵을 한 조각 찢어서 소금에 푹 찍어 먹는 게 전통이었습니다. 이 의례가 어쩐지 익숙한 무언가와 비슷하게 들리지 않나요? 아, 개신교도들은 바로 알아듣는 것 같군요. 맞아요, 적심(intinction)이라는 영성체 방식하고 비슷하지요. 빵을 덩어리에서 찢어내고, 성작에 담갔다가, 한꺼번에 먹는 그거 말입니다. 천주교도들은 좀 혼란스러운 것 같군요. 그쪽의 영성체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질테니 그럴 만도 하지요. 아무튼 그거나 이거나, 의례의 핵심은 단순한 환영에 지나지 않는 게 아니고, 동료의식을 상징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빵을 찢는’ 걸 동료됨의 행위로 생각하는 거지요. 데이트가 왜 밥 한끼 하는 걸로 시작하겠어요.

그리고, 물. 살라딘이 하틴에서 십자군 지도자들을 붙잡았을 때, 그들 가운데 르노 드 샤티용이라는 자가 있었는데, 살라딘이 그 무엇보다 증오하던 자였지요. 샤티용은, 뭐 살라딘의 관점이지만, 맹세들을 숱하게 어기고, 알라를 믿는 신앙인들을 배신한, 잔인하고 못 빋을 놈이었어요. 십자군 귀족들이 살라딘의 천막으로 끌려오자, 살라딘은 십자군들의 왕 기 드 뤼지냥에게 물을 주었지요. 왕은 당연하다는 듯 그 물을 자기 동료 르노 드 샤티용에게 주었고…, 그 순간 살라딘이 아주 단호하게 지적했지요. 자신이 증오하는 적에게 기가 자기 허락도 없이 물을 주었다고. 건조한 지역에서 손님에게 물을 준다는 것은, 손님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여겨졌으니까요. 르노를 꼭 죽이고 싶었던 살라딘으로서는, 자기가 르노를 죽이는 것이 그 신성한 맹세를 어기는 것이 되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는 겁니다.

요즘에는 이런 세미나에 오면서 아침을 거르고 오는 손님들을 위해 도넛과 커피를 주전부리로 제공하지요. 그래서 배가 고프고 목이 마르다고 세미나 중간에 나가는 사람이 없게 하기 위해서 말이지요. 하지만 이런 모양 빠지는 이유로 제공하는 주전부리에서, 역사 속의 신성한 의례들과의 공통점을 찾아내기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제 다들 자리에 앉았으니 하는 말이지만, 이 길고도 구불구불한 말의 길을 지나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환영합니다.


제 소개부터 하도록 할까요. 제 이름은 ████████████. 그냥 교수님이라고 부르면 됩니다. 국제통일기적학연구센터, 약칭 ICSUT 메사추세츠분캠에서 명예교수를 지내고 있지요. 주전공은 구성지능학이고. 이 고양이는 제 말동무인 미드나이트. 이 강의는 여러분, 신참 피직스 기관원들에게 통일기적학의 기본원리에 대해 쓸만한 이해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것만 듣고서 바로 일을 할 수 있거나 바깥 세상의 지성체를 소환하거나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마시고요. 다만 제가 기대하는 건, 이 짧은 강의가 여러분에게 우리들 타입 블루가 하는 일이 무엇이고, 또 어떻게 하는 것인지 조금이라도 이해를 제공할 수 있길 바랄 뿐이니까요.

첫 번째 원리부터 시작해 볼까요. 기적학은 실천적 과학으로서 마술의 원리들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여러가지 면에서 물리학과 비슷하지만, 그 태어난 원리들이 전혀 다르지요. 예를 들어 볼까요. 근대물리학은 뉴턴의 세 가지 운동법칙에서 시작되었다고들 그러지요. 기적학에도 그에 해당하는 기초법칙들이 있는데, 전염의 법칙과 닮음의 법칙이라고 부릅니다. 그 두 법칙을 요약하자면, ‘부분이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비슷함이 비슷함을 생산한다.’

벌써 뭐가 문제인지 보이겠지요. 물리학에서 이미 이 두 원리가 말이 안 된다고 가르치고 있으니까요. 이 빵에서 조각을 찢어내서, 그 조각을 불태운다고, 나머지 빵덩어리까지 숯이 되어버리지는 않잖아요. 코뿔소 뿔이 아무리 좆대가리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해도, 그 뿔을 빻은 가루가 발기부전을 치료해 주지도 않고요. 그래서 마술의 세 번째 원리가 나오는 거지요. ‘마술은 재능 있는 술자(術者)를 필요로 한다.’ 특정한 타입의 사람들만이 마술을 부릴 수 있다 이 소리입니다. 어떻게 그렇고 왜 그런지 설명은 확립된 적이 없었고요. 그리고 실용기적학은 이 상태로 수백 년을…, 20세기 초까지 머무르고 있었지요.

그래서 그 때가 되기까지 기적학…, 내지 마술은, 뭐 그 시절에는 마술이라고 했으니까요…,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 말입니다. 마술이 먹고살던 회색 영역으로 과학, 특히 물리학의 발전이 밀려들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술자들은 유효성을 상실하기 시작했지요. 인구의 폭증이 세계의 마나 흐름을 바꿨다는 둥, 과학이 너무 진보해서 현실성을 보다 안정된 상태로 변화시키고 있다는 둥, 온갖 이론들이 난무했고. 어떤 술자들은 절박한 나머지 스스로를 근대 사회로부터 격리시켜 과학적 발견으로 정신이 오염되는 것을 막으려 애썼지요…. 위기의 시대는 하이젠베르크라는 사람이 벼락맞을 제안을 내놓은 1927년까지 계속되었습니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는 한 입자를 다룰 때, 운동량을 정밀하게 알면 알수록, 그 위치에 대한 정밀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그 역도 성립한다고 합니다. 기적학 세계를 살려내는 충격요법이 된 건 불확정성 원리 그 자체는 아니었고, 거기에 따라 나오는 원리, 즉 관찰이 세계를 바꾼다는 원리였어요. 그 순간 마술의 세 번째 원리가 ‘마술은 재능 있는 술자를 필요로 한다’로부터, ‘관찰이 현실을 변화시킨다’로 개정된 겁니다. 좀 더 알아듣기 쉽게 말해 볼까요…. 어떤 정신들은 세계가 작동하는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타입 그린 현실개변능력자들은 이 변화시키는 데 특별한 재능이 있다고 현재 생각되고 있지요. 그래서 일각에서는 다른 이름으로 ‘외부의 관찰자’를 제안하기도 하고. 타입 그린 현실개변능력자와 타입 블루 기적사를 단일한 범주로 재분류하려는 움직임도 있다던데. 그럼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타입 청록? 타입 아쿠아? 뭐 결과가 나와 보면 알겠지요.

아무튼 간에, 시간이 좀더 지나서 양자역학에서 새로운 이론들이 부상하고, 세상에 회색영역이 자기들이 예상하던 것보다도 많았다는 것을 마술사 공동체는 깨닫게 되었지요. 거의 하룻밤 사이에 마술사들은 세상을 등지고 숨어버린 은둔자로부터, 세상을 적극적으로 탐험하는 젊은 과학자가 된 겁니다. 그 때부터 연구분야의 이름도 고루하고 미신적인 ‘마술’이 아닌, 보다 과학적인 ‘기적학’으로 바뀌었고.

…그 뒤 제7차 오컬트 대전이 터졌고…, 나머지 세상이 원자시대의 도래를 보고 정신이 번쩍 든 것처럼, 우리도 이 새로운 과학의 결과를 직면하게 되었지요. 그래서 세계 오컬트 연합의 결성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고. 하지만 그에 관해선 따로 강의할 시간이 있을 거 같군요.


그래서, 나같은 늙다리 마법사가 기적학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우선…, 아까 그 세 가지 기본원리를 다시 떠올려 볼까요. 비슷함이 비슷함을 생산합니다. 부분이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관찰이 현실을 변화시킨다. 이 중 세 번째 원리가 근대 기적학에서 집중하는 주안점이라고 하겠어요. 생명에너지의 근본 단위인 EVE 양자를 분리함으로써 우리는 관찰이 어떻게 현실을 변화시키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게 바로 COLLICULUS 화상시스템 뒤에 숨은 지도원리입니다. 그리고 그 원리 덕분에 백 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신기술들이 생겨났습니다.

예를 들자면, 지금 여러분 모두 몸 어딘가 은밀한 곳에 교질 은(銀)으로 패턴 있는 문신을 새겨넣었을 텐데요. 그 문신이 바로 기적학적 공격에 대한 필수적 방어수단입니다. 우리 모두는 가는 곳마다 우리의 일부를 흘리고 다니잖습니까. 피부세포부터 머리카락까지. 만일 방어수단을 갖추지 못한 상태라면, 여러분의 몸에서 떨어진 머리카락 한 올이 여러분에게 엄청난 해를 끼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여러분의 살아있는 신체와, 거기서 떨어져 나간 죽은 부분들 사이의 양자연결을 끊어 버리는 결계를 문신으로 새긴 거지요. 덕분에 여러분은 저주인형 공격에 면역이 되었고. 다른 한편으로, 같은 원리를 우리도 이용할 수 있지요. 표적의 머리카락 한 올이나 DNA 시료를 얻기만 하면, GOC 소속 기적사들은 기술적 수단으로는 불가능한 데까지 그 사람을 추적할 수 있지요. 현장에 나가면 이런 부분에 우선사항을 두게 될 겁니다.

좀 더 스펙터클한 예를 들어 볼까요. 이건 소환진입니다. 기본적으로 커다란 마술 양자 순간이동장치라고 할 수 있지요. 여러분 몸의 모든 입자들에게 원래 있어야 할 곳이 아닌, 멀리 떨어진 어딘가에 있을 무한소에 가까운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설득하는 게 이 소환진의 원리야.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요구하고…. 또 그렇게 있음직하지 않은 상태가 일어난다고 우주에 강제하는 과정은 또다른 있음직하지 않은 것들이 일어나도록 유발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반발(backlash)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그게 바로 소환진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는 이유기도 하고. 쓸 때 마다 괴기한 일들이 일어나거든요. 우리의 직업은 대체로 괴기한 것들이 일어나는 것을 막는 것이지, 그것들을 만들고 다니는 게 아니니까 말이지요.

알았으니까 손들 내려요. 더글러스 애덤스의 소설에 나오는 질 나쁜 농담 같다는 건 나도 아니까요. 그런데 애덤스가 양자역학에 영감을 받았다는 거 알고 있나요? 생각해봄직한 일입니다.

고려해 볼 만한 실천적 응용이 여기 하나 더 있습니다. 미드나이트한테 안녕 하세요. 여기 있는 미드나이트는 흔히 ‘사역마’라 부르는 존재인데, 요즘은 구성지능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쓰지요. 순수한 지능 한 조각이 고양이의 형상을 뒤집어쓴 거라고 생각해 보세요. 그 지능은 어디서 왔을까요? 그거 참 궁금하지요, 안 그런가요? 그게 바로 우리가 대답해야 할 질문입니다.

이게 다 기적학이 신생 과학이기 떄문입니다. 연구된 역사 자체야 오래 되었지만, 신화나 미신으로서 연구된 세월이 긴 거고. 제대로 된 연구가 시작된 지는 고작 50년 정도밖에 안 되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새로 알아가야 할 게 한참 많아요.

어쨌든 간에, 제가 여러분의 기적학에 대한 오개념들을 타파하고, 그래서 여러분 같은 문외한들이 그걸 어떻게 잘 사용할 수 있는 여지를 깨우쳐 줬다면 좋겠습니다. 그럼 이제 질문을 받아 볼까요.

아이테르 에너지 및 양상방사선 편.

좋은 오후로군요. 점심은 맛있게들 먹었나요. 다들 앉으세요. 그럼 세미나 제2강을 재개하도록 하지요.

제 강의의 제1강은 기적학이 기반하고 있는 세 가지 근본법칙과, 그것들이 피직스 기관원들이 현장에서 취해야 할 선택에 어떤 식으로 효과를 미치는지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그럼 이제 훨씬 난해한 분야로 진행하도록 할 텐데, 바로 생명약동에너지(Elan-Vital Energy)와 양상방사선입니다.

EVE는 기적학의 동력이 되는 근본 에너지입니다. EVE가 도대체 무엇인지는 여전히 이해하려는 노력이 진행 중인데요. 일단 어떻게인지 관찰자 효과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생명 에너지’, ‘마력입자’ 같은 말로 불렸던 적도 있지만, 이런 용어들은 과잉단순화가 지나치지요. EVE 이론의 보다 심오한 측면에 관심이 있다면, 강의계획서에 실려 있는 권장문헌들을 읽어보길 바랍니다. 하지만 지금은 연합의 현장요원들에게 유관한 수준에서 EVE의 측면들을 간단하게 논하도록 하겠습니다.

EVE는 살아있는 것들에게서 방출됩니다. 초상적 물체들에게서도 대개 방출됩니다. EVE 방출은 어떤 사람이나 물체가 초상적 성질을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 완벽하게 나타내 주는 지표가 아니지만, 대개는 나타내준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높은 수준의 슬기를 가진 존재일수록 지성이 높을수록 더 높은 준위의 더 강렬한 EVE를 방출합니다. 그런 존재들은 관찰자 효과가 강력하고, 그래서 EVE 준위 역시 강력합니다. 인간이 동물보다 강하고, 동물이 식물보다 강합니다.

흥미롭게도, 반도체 노르니르의 종복들이 운영하는 삼여신도 EVE 에너지를 생성합니다. 생각해봄직한 일입니다.

EVE 패턴을 알아보고 인식하는 훈련은 하루짜리 세미나의 범위를 벗어나는 일이고. 대표적인 패턴과 공식들이 실려 있는 편람을 받게 될 테니까 그거 보고 외우면 됩니다. 하지만 일단 시험삼아 실습을 한번 해 보죠.

여러분이 앉아 있는 탁자 위에 있는 게 바로 COLLICULUS 아이테르 공명화상장치입니다.1 화상 교점을 제가 미리 설정해 뒀으니, 여러분은 헤드셋만 쓰면 됩니다. 다만 그러기 전에, 어떻게 사용하는 것인지 빠르게 설명해 주겠습니다.

이 시스템은 여느 개인용 화상개선 헤드셋처럼 쓸 수 있습니다. 머리끈으로 묶어 쓰거나, 헬멧에 부착할 수 있지요. 소총 피카티니 레일에 부착할 수 있는 바리에이션도 있습니다. 장치는 크게 전원공급부, 헤드셋, 화상처리부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지금의 경우, 여러분이 앉은 탁자에 연결된 연장선이 전원공급부가 될 것이고, 화상처리부는 각자 탁자 위 왼쪽에 올려져 있을 겁니다.

제가 하라고 하면, 그 전에는 하지 말고, 화상처리부를 집어서 이 바퀴를 0까지 쭉 내립니다. 이 바퀴는 화상의 명도를 조절합니다. 그리고 "CAL", "VIS", "ARI" 라고 된 스위치 세 개를 모두 "ON" 위치로 넣습니다. 거기까지 다 하고 나서 전원 스위치를 올리고 헤드셋을 써야 합니다. 그 다음, 화면 하단의 눈금보정 막대가 적절히 조정될 때까지 화상 명도를 조절합니다. 보정 막대는 정사각형 여덟 개로 되어 있을 텐데, 각각 검은색에서 흰색까지의 희색조 색깔일 겁니다.

자 이제 직접 사용해 보세요. 제가 돌아다니면서 도와줄 테니 문제가 있으면 말하시고.


다 끝났나요? 재미 좀 봤나요? 정말 흥미로운 물건 아닙니까?

여러분이 COLLICULUS 헤드셋을 쓰고 본 것은 학생 자신과 지금 강의를 같이 듣는 동료들에게서 나오는 EVE 에너지입니다. 사람마다 색깔과 패턴 모양이 다르게 보였지요. 앞으로 차차 그 패턴을 읽고 분석하는 방법을 배우게 될 겁니다. 숙련된 COLLICULUS 오퍼레이터는 사람의 존재를 감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사람의 감정이나 초상적 성질까지 읽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벽을 뚫고 그 너머를 볼 수도 있습니다. 잠시만요, 이 회의실 옆 방에 있는 COLLICULUS 간섭계를 켜고 올 테니까요. 그 동안 방 앞쪽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도록….

자 됐다. 이제 옆방에 있는 모든 인간의 위치와 자리가 벽 너머로 보이지요. 그럼 이제 VIS 스위치를 "OFF"로 돌리라고 할 텐데, 끄고 나서도 스위치에 손가락은 계속 올려놓고 있으세요. 가시광 대역 처리를 끄면 스위치를 다시 찾기 어려울 겁니다.

재미있지 않나요? 어떻게 옆 방을 통째롤 들여다볼 수 있을까요? 바로 아이테르 공명이 그 원리입니다. 구형 ARI 모델들은 EVE 방출 패턴을 직접 감지하는 것밖에 할 수 없었지요. 최신 모델들은 EVE가 비활성 질량과 상호작용하는 것을 이용해 주변 지역의 지도를 그려낼 수 있는 경지까지 왔고. 지금으로서는 해상도가 썩 좋은 편은 아니지만, 이미 차세대 기술 개발이 진행 중입니다.

오. 몇몇 학생은 이미 미드나이트가 조금 다르게 보인다는 걸 눈치챈 거 같군요. 기억나는지 모르겠지만, 미드나이트는 구성지능이라고 했지요. 말인즉슨, 날것의 정신이 고양이의 형상을 뒤집어쓰고 있다는 겁니다. 그녀의 아우라 시그니처에는 특이한 스파이크들이 보이고, 인간에게서는 나타나지 않는 골짜기도 보일 겁니다. 배색도 이 교실의 나머지와 비교해서 훨씬 파란색에 치우쳤지요.

아하! 앞줄에 앉은 학생 한 명이 또 다른 걸 발견한 것 같군요…. 제 아우라 패턴도 파란색을 띤다고요. 그리고 이제 GOC에서 기적사에게 지정한 암호명이 "타입 블루"라는 것도 기억나겠지요…. 분명히 말하지만 그건 우연이 아닙니다. 화상처리 소프트웨어가 기적사의 EVE 시그너처를 파란색으로 처리하도록 설계되어 있거든요. 타입 레드나 그린도 마찬가지고. 타입 블랙은…, 좀 별개의 이야기지만요.

어쨌든, 한동안 COLLICULUS를 만지작거리면서 직접 실험할 시간을 가져 보세요. 저는 돌아다니면서 질문하는 학생이 있으면 답변해 주겠습니다.


오늘 세미나는 양상방사선(Aspect Radiation), 약칭 아라드(ARad)에 관해 논하는 것으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VE는 단순히 관찰자 효과를 보여주는 지표에 그치는 게 아닙니다. EVE 자체가 본질적 속성으로서 변혁의 힘이기도 하지요. EVE의 세기가 충분히 커져서 현실을 변경 또는 변화시킬 수 있을 정도가 되었을 때, 그 EVE를 양상방사선이라고 부릅니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 양상방사선이란 그저 현실왜곡 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집중도를 가진 EVE일 뿐입니다. 감마방사선을 생각해 보세요. 감마선은 전자기 스펙트럼의 위쪽 끝일 뿐이잖습니까. 같은 스펙트럼 위에 엑스선, 가시광선, 열선, 전파가 함께 들어 있고요.

양상방사선을 범주화하는 세 가지 좌표축이 있습니다. 색상, 음높이, 조직입니다. 거기에 세기까지 더해서 네 가지 특성을 알면, 우리가 다루는 현실변경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견고한 설명을 내놓을 수 있지요.

세기의 단위는 캐스퍼(Casper)입니다. 캐스퍼는 아주 테크니컬한 정의를 가지고 있기 떄문에, 여기서는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100 캐스퍼 정도가 일반적인 "배경"복사의 준위로 여겨집니다. 1000 캐스퍼가 되면 초상현상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10000 캐스퍼가 되면, 심각하면서도 즉각적으로 현실이 변경됨을 보게 될 겁니다. 충고 하나 해 주겠는데, 여러분이 현실변경 시나리오에 대응하는 전문 훈련을 받지 않았다면, 1000 캐스퍼 이상의 아라드장은 피하고 보는 게 좋을 겁니다.

색상(色相, Hue). 원래 색상은 무지개의 일곱 색깔 중 여섯 개를 사용했었습니다. 그리고 그게 문제가 있었다는 게 밝혀졌지요…. "타입 블루"의 아라드 특성이 "3000, 흑색, 내림, 촘촘함"이라고 하면, 이제 막 헷갈려 미치는 겁니다. 그래서 색상의 척도를 확장하고 용어도 좀 바꾸게 되었습니다. 현행 색상 척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루비(Ruby), 토파즈(Topaz), 레몬(Lemon), 말라카이트(Malachite), 사파이어(Sapphire), 에보니(Ebony), 오버에보니(Over-Ebony). 여러분 같은 군바리들에게는 너무 낯간지럽게 들린다면, 그냥 빨, 주, 노, 초, 파, 검, 초검정이라고 해도 그만이긴 하지만…. 근데 그러면 다른 사람들을 헷갈리게 만들 겁니다.

색상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는, 색상이 양상방사선의 위험한 정도를 측정하는 개념이라는 것입니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색상이란 사실…, 뭐라고 해야 하나, 양상방사선이 야기하는 변화가 얼마나 "떠들썩한지"의 척도라고 하는 게 가장 적절하겠군요. 예컨대, 루비 현실변경은 소량의 방사능 물질의 감쇠를 가속시키는 정도입니다. 한편 오버에보니 현실변경은 과거 50년의 역사를 새로 써서 일어난 적이 없던 사건을 끼워넣는 정도지요. 위험성에 관해서는 음높이, 조직, 세기 역시 함께 고려해야 한다…. 루비 정도의 현실변경도 임계질량 이하의 플루토늄이 순식간에 임계에 도달하게 만들 수 있는데, 그 정도면 무솔리니가 어느날 아침 커피 대신 차를 마시고 싶어지는 것보다 훨씬 위험한 사태니까요.

음높이(Pitch)는 소위 "백마법" 대 "흑마법"이라고 부르는 것에 해당합니다. 특정 양상방사선이 얼마나 파괴적인가를 나타내지요. 겹내림(Double-Flat), 내림(Flat), 제자리(Natural), 올림(Sharp), 겹올림(Double-Shart) 다섯 개 범주로 구분합니다. 겹내림이 가장 파괴적이고, 정상세계의 작동을 가장 어지럽히지요. 겹올림은 가장 건설적이고. 겹올림 변화는 그 자체가 현실을 현실을 직조하는 씨실 날실로 합쳐지는 경향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겹올림이 무조건 좋다는 뜻은 아닌데…, 해로운 겹올림의 사례를 들어 보자면, 다에바 변칙문명을 생각해 보면 되겠군요. 피에 굶주린 기적사들의 고대문명이었는데, 이놈들이 멸망한 시점이 주기적으로 점점 몇 년씩 현재 쪽으로 이동해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게 바로 겹올림 오버에보니 시나리오입니다.

마지막으로 조직(組織, Weave). 희박함(Sparse), 성김(Loose), 촘촘함(Tight), 고정됨(Locked) 이렇게 네 가지 종류가 있지요. 이건 참 설명하기가…, 어려운데…. 가장 큰 이유는 양상방사선의 특성들 중 우리가 직접 감지할 수 없는 유일한 특성이기 때문입니다. 저 같은 타입 블루가 직접 관찰하는 것이 조직을 알아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서. 그래도 알아둬야 하는 건, 희박함은 모호하고 이상합니다. 성김은 그것보다는 좀더 이해할 만 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술" 또는 "현실왜곡"이라고 일반적으로 부르는 건 촘촘함에 해당합니다. 타입 블루나 그린이 하는 게 촘촘한 조직을 갖고 있지요. 그리고 고정되었다는 말을 들으면, 뒤돌아보지 말고 도망가야 합니다. 주변에 타입 블랙이 있다는 뜻이니까요.

이 모든 게 복잡하게 들릴 겁니다. 실제로 복잡하니까 당연하지요. 제가 설명한 건 학부생 수준의 기초 기적물리학입니다. 이보다 더 심오하게 파헤치려면 이 정도는 기본으로 알아야 한다는 얘기지요. 어쨌든 이 모든 건 하나의 거대한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왜 연합은 만사에 그냥 마술을 쓰고 치우지 않을까요? 타격조와 접근조는 도대체 왜 필요할까요?

그 이유가 바로 반발입니다. 양상방사선을 이용해 현실을 변화시킬 때마다, 양상방사선은 실존의 근본직조에 튕겨서 반발이라는 2차 효과들을 일으킵니다. 반발을 계산하는 공식은 좀 복잡하지만, 이렇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세기는 시전 주문의 세기에 비례하고, 음높이는 반대, 색상도 반대, 조직은 같음.

제가 저 벽에 없던 문짝을 하나 창조한다고 쳐 보세요. 그러면 대략…, 3 킬로캐스퍼, 에보니, 올림, 촘촘함이겠군요. 그걸 공식에 집어넣으면… 1.75 킬로캐스퍼, 루비, 내림, 촘촘함의 반발이 일어날 거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갑자기 감마선이 폭발할 수도 있고. 어쩌면 바닥 깔개의 반경 5 미터가 화염에 휩싸일 수도 있겠지요. 어쩌면 섬광이 번쩍 하더니 발갛게 빛나는 룬의 패턴이 떠오를 수도 있고. 실제로, 저는 기적술을 쓸 때마다 반발을 최대한 무해한 패턴으로 돌려놓느라 애씁니다. 그래서 기적사들이 마법진이나 기하학적 패턴을 사용하는 겁니다. 반발의 물꼬를 예측가능한 패턴으로 돌려놓기 위해서지요.

하지만, 그래도 모든 반발을 흡수할 수 없는 기적술들이 있습니다. 가장 악명높은 게 순간이동이지요. 양자 터널링으로 대량의 질량을 순간적으로 다른 곳에 나타나게 만드는 현실변경은…, 정말 보기 흉하고, 또 아라드 반발이 거대한 변경입니다.

최악인 부분은, 반발 역시 그 자체로 양상방사선이기 때문에 그것이 또다른 반발을 불러오고…, 또또다른 반발이 일어나고…,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초상객체들이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이론들 가운데에는 빅뱅이 가장 강력한 마술적 작용이었고…, 우주 자체가 스스로에 대한 반발을 계속해서 주기적인 간격으로 현실의 개변과 변경을 유발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이론도 있습니다.

몇 놈이 정신줄을 놓기 시작했군요. 좀 쉬었다가, 다음 시간에는 죽이고 떡치는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기적작용 편.

좀전에 했던 말 때문에 다들 집중이 초롱초롱하군요. 시작하도록 할까요.

영원(蠑蚖) 눈깔을 사용하건, 데스크톱 컴퓨터를 사용하건 간에, 모든 기적작용은 네 가지 요소로 이루어집니다. 근원(Source), 형삭(Shaper), 표적(Target), 그리고 배출(Sink). 총포의 부품으로 유추해서 생각하면 됩니다. 근원은 기적작용의 전체 과정을 구동시키는 화약입니다. 형삭은 폭발의 힘에 방향을 부여하는 총포신과 약실이지요. 표적은 총포신을 지나며 가속되는 탄환, 즉 기적작용을 통해 수행하고자 하는 효과입니다. 마지막으로 배출은 반동흡수장치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작용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는 다섯 번째 요소가 있습니다. 술자(Practitioner). 바로 여러분. 방아쇠를 당기는 손가락에 해당하지요.

벌써 집중력이 떨어지는 놈들이 있군요. 그럼 집중해서 이걸 보시죠.

내 바로 집중할 줄 알았지요.

여러분이 보고 있는 것은 단순한 난교가 아니라, 기적작용의 근원— 그래요, 확실히 저 여자가 인상적인 가슴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어쨌든—

<사이>

이제 좀 다시 집중이 되나요? 고맙군요.

방금 말했듯이, 여러분이 보고 있는 건 기적학적 작용의 근원입니다. 양상방사선의 음높이에 대해 좀전에 얘기했던 것 기억하나요. 올림은 창조적이고, 내림은 파괴적입니다. 그리고 번식의 활동보다 창조적인 건 거의 없지요…. 또한 살인보다 파괴적인 것도 거의 없고.

…잠깐 정신 차릴 시간을 줘야겠군요.

좋아요, 그럼 계속하도록 할까요.

제가 방금 여러분에게 보여준 예시들은 극단적이지만, 기적학적 근원의 두 가지 극단의 가장 분명한 사례를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두 경우 모두, 술자는 에너지원의 "음높이"를 올림 또는 내림으로 보내려 시도하고 있었지요. 그래서 그들이 각각 수행하려 한 작용이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나요?

…틀렸습니다. 두 경우의 술자는 모두 같은 작용을 수행하려 했습니다. 구성지능의 창조…, 또는 옛날 식으로 말하자면 악귀의 소환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즉 두 경우 모두 의례의 최종 목적은 강하게 올림을 향하는 음높이, 창조였다는 얘기입니다. 근원을 세팅함에 있어 술자가 얼마나 인내심이 있었는지 그 차이가 난교와 살인의 차이로 나타난 겁니다.

제가 반발 얘기를 했던 거 기억나나요? 기적작용이 수행되면, 초과 에너지가 현실의 직조에 부딪고 되튕기고…, 음높이와 색상이 반대가 된다고. 보통 색상은 술자가 모양을 형삭해내기 쉽지요…. 문제는 음높이를 형삭하기는 그보다 어렵다는 겁니다. 아까 본 두 번째 예시에서, 근원은 아주 내림 음높이, 파괴적인 행위로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에너지가 낮은 색상에서의 간단한 작용으로 채널링되었지요. 술자의 발 주변에 원형으로 빛이 저는 게 보입니까. 반발된 잉여 에너지가 반대 음높이와 반대 색상, 즉 아주 올림 높은 에보니, 아주 창조적이고 아주 떠들썩한 것으로 전환된 겁니다. 그 에너지를 포획해서 마지막 주문으로 이행하는 거지요. 기적사들은 이런 걸 스펙만 되튐(Speckmann Rebound)이라고 부릅니다.

피직스의 실제 작전에서 사례를 보여주도록 할까요. 현세대 장비를 갖춘 타격조가 어떤 부랑 기적사의 집을 급습했습니다. 팀 알파부터 델타는 주변의 보안을 확보하고, 팀 에코가 실제 공격을 담당했지요. 에코의 첨병이 작업 공간에 들어갔더니, 이런 광경을 발견했습니다. 두 사람이 성교를 하고 있고, 둘 중 한 명은 타입 블루였습니다. 방 건너편에는 9급 심령존재자가 형상을 갖추고 있는 중이었고요. 한편 벽에는 불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이 팀 에코의 첨병이라면, 뭘 해야 할까요?

타입 블루를 쏴 죽여요? 뭐 그것도 가능한 선택지지요…. 하지만 기적작용은 이미 진행 중이고, 대량의 자유 양상방사선이 창출되고 있는 중입니다. 그걸 통제하고 있는 기적사를 죽인다면…, 흠. 학생도 타입 블루가 아니라면, 통제에서 풀려난 막대한 EVE를 직빵으로 쳐맞게 될 텐데.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니군요.

심령체를 쏴 죽인다고요? 9급이라고 제가 했어요, 안 했어요? 그리고 타격조의 장비 수준은 +0세대라니까? 이겨낼 재간이 없을 걸요.

팀 에코의 요원이 실제로 쏴죽인 것은, 타입 블루의 성교 상대였습니다. 요원은 기적작용의 근원과 표적의 음높이가 같다는 것을 알아보았고…, 둘 다 올림, 즉 창조적이었지요. 그래서 근원의 에너지의 내림으로…, 파괴적인 쪽으로 확 꺾어보낸 겁니다. 그 결과 아직 형상을 갖추던 중이던 심령체는 망가졌고, 기적작용은 중단되었습니다. 물안개가 생겨서 반발로 일어난 불을 꺼뜨리는 예상치 못한 결과도 얻었지요. 그 대신 팀원 대부분이 증기화상을 입어서 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그래요, 학생. 질문 있나요?

<사이. 청중이 웃는다.>

…방금 그 질문의 어디가 우스웠는지 저는 정말 모르겠군요. 오히려 저 신사분은 아주 좋은 지점을 짚어 주었습니다. 만일 근원이 성교가 아니라 인신공양이었다면, 강하게 올리는 음높이의 에너지를 주입시키는 것, 즉 그 의식의 현장에서 사랑을 나누는 것이 기적작용을 망가뜨릴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으로 가능합니다. 적대적인 9급 심령체가 빠르게 형상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성적 흥분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영웅적인 남자…, 또는 여자가 있을지 의문의 여지가 크긴 합니다만…. 게다가 심령체가 완성되기 전에 상대방을 보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절륜하기까지 해야겠지요. 그러니 그런 경우에 더 적절한 대응법은 음높이의 반전, 즉 스펙만 되튐을 일으키는 초기 작용을 방해하는 것입니다. 반발을 야기할 에너지를 공급하는 방열판이나 광원을 파괴한다던지요.

또다른 대안으로는, 내림 술법을 시전하던 술자를 표적지에 밀어넣어 거기서 죽여 버리는 수도 있겠지요. 되튀어서 올림으로 반전된 마술회로에 내림 양상방사선을 퍼부어 넣어 상쇄하는 겁니다. 이런 더러운 의식을 그런 식으로 처치한 타격조를 제가 최소 한 팀 이상 알고 있지요. 사후에 심문할 피의자를 잃어버리는 게 단점이긴 하지만.

물론 오늘날의 실전에서는, 대부분의 기적사들이 난교나 살인보다는 덜 극적인 근원을 사용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수행하는 대부분의 기적작용은 그렇게 극단적인 음높이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고, 또한 음높이를 보다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기법들을 우리가 알게 되었기 떄문이기도 합니다. 스펙만 되튐보다 효율은 낮지만, 훨씬 통제가능하지요. 요즘 기적사들이 가장 흔하게 쓰는 근원은, 사실 고작 피 한 방울입니다. 피의 음높이는 제자리고, 적절히 근원으로 다루면 상당한 양의 EVE를 제공합니다. 보다 높은 에너지가 필요할 경우에는 전기를 양상방사선으로 변환하는 에버하트 공명기가 있습니다. 에너지 변환 효율이 낮고, 또한 촉매로서 기적사가 여전히 필요하지만, 그래도 현재로서 높은 준위의 EVE를 창출하는 가장 편리한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여기 모인 여러분 한 분대를 순간이동시키려면, 족히 서른 명의 인간을 산제물로 바치거나…, 백 명 이상이 참여한 난교를 한 시간 동안 해야 합니다. 에버하트 공명기가 몇 분 동안 느리게 도는 것을 보는 것보다야 그쪽이 구경하는 맛은 있겠지만…, 당장 하란다고 명령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습니까.

이제 마지막 쉬는 시간이니 저녁식사들 먹고 오고. 돌아오면 제 강의를 마무리하고, 질문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질의응답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결론 및 질의응답

이 세미나의 마지막 시간이군요. 거의 다 왔습니다. 제가 해줄 말은 이제 조금밖에 남지 않았으니, 밤에는 좀 쉴 수 있을 겁니다.

저녁을 먹으면서 들었던 질문에 대해 먼저 대답을 해주고 싶은데…. 통일기적학이 있으니 초상성에 대한 대통일이론이 마련된 거라고 생각해도 되는 거냐고 했지요?

그러면 정말 좋겠는데…, 슬프게도 대답은 ‘아니’입니다. 통일기적학은 마술 연구에 강력한 기저를 제공해 주며, 다른 분야들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리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통일기적학 이론이 무너지는 초상성을 다루게 될 때가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두 가지 사례가, 타입 그린 현실개변능력자들과 타입 블랙 또는 엑스 마키나들입니다. 제가 좀전에 뭐라고 했지요. 모든 기적학적 작용은 근원이 있고 반발을 일으킨다고 했지요. 타입 그린은 그 두 법칙을 모두 위배합니다. 그들은 근원 없이 현실을 개변할 수 있고, 그들의 현실개변은 반발을 유발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 것인지, 온갖 이론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한 이론에서는 그들의 반발은 평행세계로 방출되어서…, 아마 그쪽 세계 사람들이 대처해야 할 초상현상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그러고 있고. 다른 이론에서는 그 타입 그린 자신의 의식에 반발이 흡수된다고 그럽니다. 그 이론이 맞다면, 타입 그린에 미친 놈들이 수두룩한 이유도 설명이 되겠지요. 불행히도 우리는 그에 대한 확실한 대답을 아직 모릅니다. 그래서 ICSUT에서 많은 자원을 투자해서 연구하는 분야이기도 하지요. 그 진척은 매우 느리지만, 원래 타입 그린에 대한 연구는 다 그렇습니다. 피험체가 데이터를 조작할 수 있다면, 쓸 만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부터가 힘들어지니까요.

타입 블랙과 엑스 마키나는…, 더 괴상합니다. 그들의 효과는 기적학이나 현실개변과 비슷한 것 같지만, 우리가 아는 어떠한 기적학 법칙도 따르는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그들의 능력은 양상방사선을 발생시키지 않습니다. 아이테르 공명화상장치로 감지되지도 않습니다. 사실 반신에게 ‘타입 블랙’이라는 암호명이 부여된 것은, 그들에게서 아이테르 아우라…, 아니 EVE 패턴이 감지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혀요. 이것들이 도대체 무엇인지 우리는 전혀 알지 못합니다…. 다만 아주 강력하고, 대부분의 경우 인류에게 적대적이라는 것만 알 뿐입니다.

그리고 양상방사선과 아무 관련이 없는 위협존재들을 많이 만나게 될 겁니다. 시공간 변칙성이라던가. 미친 사이보그라던가, 정신감응 능력자라던가. 그래서 우리가 더 많이 알아갈수록, 세상은 알기 전보다 더 이상하고 더 무시무시한 곳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 뿐이라는 것이 진실입니다. 한 가지 질문에 답을 찾으면, 새로운 질문이 두 개 더 생기는 꼴이지요.

뭐, 하지만 모름지기 과학적 탐구라는 게 다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이 세미나에 의미가 있다면, 저는 제 수업을 들은 여러분이 기적학이 무엇인지, 기적사들이 무엇을 하는지 기초적 이해를 갖추게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마술이 그렇게 불가사의했던 이유는, 부분적으로 마술의 힘 때문이기도 했고, 또 두려움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목적은 그 불가사의의 일부라도 벗겨냄으로써, 여러분이 기적학적 위협존재와 맞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무장시켜 주는 것입니다. 그 무기란 바로, 기적사가 아닌 여러분도 무력하지 않음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저번에 제 지도학생 하나가 소설을 한 권 추천해 줬는데, 거기에 제 마음에 쏙 드는 대사가 있더군요. ‘마법사가 아무리 교묘해 봤자, 등에 칼침을 맞고도 제 구실을 할 수 있을까.’

그럼 질문을 받아보도록 할까요.


피임기구를 사용한 성교나 체외수정도 기적학적 올림 및 내림과 관련될 수 있습니까?

뭐, 그렇지요. 하지만 실전에서는 번식의 의도가 있는 두 사람 사이의 번식행위가 가장 효율이 좋아요. 수직선 위에 늘어놓아 보자면, 효율이 낮은 순서대로 체외수정, 자위행위, 피임한 성교, 번식을 위한 성교, 그리고 가장 꼭대기 근처에 출산이 있겠군요. 그리고 내림 쪽으로 강한 경향을 가진 성행위도 또한 존제하지만, 그쪽은 자세히 말하지 않도록 하지요. 알아서 상상해 보시죠.

왜 굳이 피를 사용합니까? 마트에 가서 우유 한 병 사온 것로는 EVE를 못 얻나요?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체액이 육체와 분리된 시간이 길어질수록 효능이 떨어집니다. 시체도 마찬가지고…. 어느 시점 이후로 시체나 우유는 살아 있는 것이기를 그만두고, 그냥… 있는 것이 되어 버리지요. 여차하면 갓 짜낸 모유는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냥 피를 쓰는 게 더 편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은장도로 엄지손가락 좀 긋는 게 다른 대안들보다 훨씬 인간으로서 존엄할 것 같습니다만.

타입 블루가 연합의 직원으로 채용되듯이 타입 그린도 이용해볼 시도를 한 적은 없었습니까? 타입 그린은 그러기에는 너무 위험하다고 항상 여겨졌나요?

제가 연합을 대표해서 말할 수는 없지만, 타입 그린을 이용해보려는 시도들이 있긴 했지요. 하지만 예외 없이 모두 실패했습니다. 타입 그린들이 자의식과잉의 미친놈들인 경향, 그리고 그들이 통제를 벗어났을 때 제압할 수 없는 문제 때문이었지요. 성공한 케이스가 한 건인가 두 건인가 있다는 소문이 돌아다니기는 하지만. 그 두 건이 누구냐 하면 저는 D. C. 알 피네와 콘월의 영웅이 의심스럽군요.

연합은 초상위협과 맞서 싸우는 수단으로 변칙적 수단을 사용하는 것을 꺼리지 않습니까?

그것은 변칙성을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따라 달라지겠지요. 세계 오컬트 연합의 공식적 입장은 타입 블루 기적학은 “접선기술(tangential technology)”의 범주에 들어오지, 변칙적 초상위협이 아니라는 건데요. 연합에 고용된 우리들은 여러분과 같은 선서를 맹세했고, 우리도 인간입니다. 우리도 인류를 수호하고 싶고, 그러기 위해 우리의 능력을 다할 뿐입니다.

무엇보다 기적학 연구의 최종 목적은, 마술이론을 현대물리학과 결합시키는 겁니다. 그게 달성되면 비로소 “마술”이라는 개념이 완전히 파괴되지 않겠습니까?

초상위협을 말살하는 수단은 총알만 있는 게 아닙니다.

연합이 스스로를 초상위협으로 보아야 할 경우, 그 위협수준은 어느 정도일까요? 위협수준을 높이려면 뭐가 필요할까요?

연합의 가맹 기관들이 인류의 최고 이해(利害)에 반하게 된다면, 연합의 모든 강령이 즉각적인 실패로 돌아갈 테고, 그럼 아마 피치카토 수준의 대응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막으라고 연합이 있는 거지요.

하지만 연합의 주요 경쟁자들이 말살되거나 연합에 흡수될 경우 어떻게 될지는 흥미로운 고민거리로군요.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하니까요.

어쩌면 단일 조직이 초상세계의 모든 권력을 좌지우지할 수 없는 지금이 최선일지도요.

기적학이 비횰율적이거나 비실용적이 되는 지점은 어디입니까? 0+세대를 포함해서, 과학기술과 비교했을 때 말입니다? 제 말은 그러니까요…, 아까 보여주신 집단난교 같은 건 분명히 비실용적인 것 같다고 생각되거든요. 마술로 얻을 수 있는 물질적 변화의 가치 이상의 수고를 마술이 요구하게 되는 게 어느 지점부터일까요?

이미 많은 경우에 그렇습니다. 예컨대, 소총 한 자루를 만드는 데 있어서는 기적작용보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게 더 쉽지요. 또 시내까지 순간이동을 하는 것보다 택시 찹아타고 가는 게 더 낫고요.

기적학이 쓸모를 갖게 되는 것은, 여러분에게 불가능이 필요해질 때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미시간에서 시베리아까지 타격조를 한 팀 보내야 하는데…, 한 시간 안에 보내야 합니다. 기적학이지요. 어떤 사람의 파일에 침투해서 그 사람의 신원을 지워 버려야 한다면? 기적학이지요.

말하고 보니, 기적학이 정상과학기술에 비해 100% 더 효과적인 사례가 하나 떠오르는군요. 어떤 젊은 트랜스여성이 연합에 들어올 때 신원 재지정을 제가 감독했었는데. 여러분이 아무리 훌륭한 외과의사가 되어서 성전환 수술을 아무리 잘 해 봤자, 임신이 가능한 성인 여성을 만들어낼 수는 없을 걸요.

현실개변보다 쉽고 깔끔한 정보수집이 가능할까요? 타입 블루 요원은 대상자의 털 한 가닥만 있으면 지도도 없는 숲 속에서 대상자의 상대적 위치를 결정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면 반발은 일어나지 않습니까? 아니면 반발보다는 덜 부정적인 결과라도 일어나지 않나요?

많은 면에서, 모든 기적학적 주문은 들여다보기(scrying)의 한 형태입니다. 모든 것이 관찰자 효과로 귀결된다는 것, 즉 관찰이 얼마나 어려운지의 문제로 귀결됨을 기억하세요. 사람 찾는 것은 흔한 주문이고, 대부분의 경우 분로(分路)나 배출로 반발을 쉽게 관리할 수 있습니다. 이건 세기가 상당히 작기 때문에 가능한 겁니다. 반발의 세기가 원래 주문의 세기에 비례해서 커진다는 것 기억하겠지요. 원래 주문에서 사용된 에너지의 양이 적다면, 그 반발은 대개 무시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물론 그건 도하 또는 상류…, 미안합니다. 현재 또는 과거를 들여다볼 때의 얘기입니다. 하류 들여다보기…, 즉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훨씬 어렵습니다. 산악자전거로 오르막을 올라가는 게 옆으로 가기나 내려가기보다 어려운 것과 같습니다. 사실, 현재로서 하류를 들여다보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반도제 노르니르인데…, 그것도 슈퍼컴퓨터 세 대 중 두 대를 통째로 써서 현재와 과거를 계산하고 들여다본 걸 갖고 세 번째 컴퓨터가 미래예측을 수행하는 거지요.

실례합니다, 교수님. 우선 이렇게 멋진 강의를 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고요…. 어떤 기적이나 징조에서부터 시작되어 그 주변에 형성된 종교집단들이 있잖습니까요. 혹시 그 종교들의 창시자가 사실은 타입 그린이나 타입 블루였을 수도 있지 않나요? 이 문제에 대해 우리는 어떤 증거를 가지고 있습니까?

그래, 그럴 수 있지요. 그리고 증거도 있고요. 아니, 누가 그런지는 말 안 해 줄 겁니다.

두어 시간 전에 제가 제대로 들었는지 잘 모르겠어서 질문 드립니다. 죄송합니다. 타입 레드도 어떻게든 현실을 개변하는 것입니까?

어떤 타입 레드인지에 따라 다르겠지요. 대부분의 타입 레드는 단순히 면역치유체계가 가속되는 것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다른 경우들, 특히 확장성 재생능력자(Expanding Regenerators)들은 통제가능한 기적학적 힘의 결과물이지요. 타입 레드란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지, 그 원인을 나타내주지 않습니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타입 블루에 의한 양상방사선은 환경에 얼마나 오래 잔류합니까?

그 세기, 음높이, 색상, 조직에 따라 다릅니다. 대체로 세 가지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데, 세기가 클수록, 색상이 낮을수록(즉 에보니보다 루비에 가까울수록), 조직이 촘촘할수록 양상방사선의 지속기간이 길어집니다. 음높이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가운데를 향해 감쇠해서, 한동안 앞뒤로 흔들리다 서서히 잦아듭니다. 진자와 비슷하게요.

이 세 가지 요인들 가운데, 아라드의 지속성을 결정하는 데 무엇보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직조입니다. 가장 높은 수준의 직조를 “고정됨”이라고 부르는 게 다 이유가 있는 겁니다.

부분이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면, 아무 물체나 가지고 우주 전체의 성질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렇지요. 그런데 그건 관성의 문제입니다. 그러니까 우주가 변화에 대한 저항성을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더 큰 변화를 일으키려 할수록,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난이도 더 어려워지지요. 예로 들자면, 모래 한 알을 가지고 온우주의 중력상수를 바꾸는 것도 가능하기는 합니다. 하려면 우리은하 크기의 은하 100여 개 정도의 에너지를 잡아먹어야 해서 그렇지요.

타입 블랙과 엑스 마키나의 차이는 뭡니까?

타입 블랙은 엑스 마키카의 특징을 나타내는 인간입니다. 엑스 마키나는 타입 블랙보다 훨씬 높은 경지인 경향이 있고. 하지만 기능적으로, 그러니까 기적학적인 견지에서는, 둘이 거의 같은 거라고 봐도 됩니다.

생명약동에너지 외에 기적학적 자원이 될 수 있는 게 있나요?

있긴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찾아낸 것들 중에서는 EVE가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원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EVE를 대체할 에너지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 EVE의 다른 형태에 지나지 않습니다고 밝혀진 적도 여러 번 있었고…. 예컨대 지맥(Ley Lines)은 예전에는 EVE와는 다른 대안적 에너지가 흐르는 경로라고 여겨졌던 적이 있었지만, 결국은 그전까지 본 적이 없었던 음높이와 색상의 조합을 가진 EVE에 불과했음이 밝혀졌지요.

현재 EVE 연구의 최전선 분야는 생명약동이론과 대통일이론을 일관되게 결합하는 겁니다. 아주 흥미로운 일이지요.

기적학을 사용해 전쟁이나 기아 같은 전지구적 문제들을 해결하려 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나요? 있었다면, 왜 제대로 되지 않은 건가요?

그런 경우가 있었지요. 콘월 사건이라고. 타입 블랙 한 명이, 타입 블루 따까리들과 함께 인간의 고통과 분쟁을 끝장낼 거대한 마술작용을 수행하려 시도했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인간 영혼의 종말을 위협하는 것이었습니다.

보세요, 전쟁과 기아는 모두 자신의 현재 상태에 대한 불만족으로부터 파생됩니다. 현재 상태의 유지에 완벽히 만족하게 된다면, 동기도 욕망도…, 아무 것도 없어지지요. 전쟁과 기아와 고통을 들어내 없애기 위해서는 질시를 포함한…, 인간 정체성을 들어내 없애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희생을 해서라도 고통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 무리들이 있었던 거지요.

세계 오컬트 연합의 영웅적 행동이 없었다면, 우리가 아는 형태의 인류는 존재하기를 그만뒀을 겁니다. 우리는 여전히 전쟁과 기아를 해결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지만…, 땅 위에 평화를 세우는 건 결국 국제연합이 할 일입니다. 그건 길고 지난한 과정을 거쳐서 달성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지름길은 항상 선의로 포장되어 있지요.

마술이라고 하면 저는 항상 노인네들이 장포를 걸치고 지팡이나 마술봉을 들고 그런 걸 생각했거든요. 기적사 분들은 그런 것들을 실제로 사용해본 적이 있나요?

제 사무실에 의전용 장포, 모자, 지팡이가 있긴 합니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 알려줄까요. 마법사의 지팡이(staff)는 실용적으로 땅을 짚고 다니는 진짜 지팡이에서 유래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고대 샤머니즘 의례에서 사용된 시간을 새겨 표시하던 막대기에서 비롯되기도 했습니다. 초기 기적사들 역시 지팡이에 마법진을 새겨 쓰는 것이 유용하다는 것을 발견했지요. 아무래도 무릎 꿇고 엎드려서 시전하기 보다 일어서서 시전하는 편이 편하지 않겠어요. 마술봉(wand)의 경우에는, 의식의 일환으로 나무에서 생가지를 꺾던 것에서 유래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하지만 우리가 그것들을 실제로 사용하는 일은, 다른 학문의 학자들이 사각모와 가운을 입고 깃펜과 잉크병을 쓰는 정도로 드뭅니다. 마도서도 마찬가지고요. 레이저와 거울을 사용하면 훨씬 정밀한 패턴을 그려낼 수 있고, 고해상도 LCD 화면에 띄울 수도 있습니다. 근현대의 기적사들은 장포를 입고 지팡이를 들고 다니던 옛날 사람들하고는 거의 공통점이 없어요. 차라리 청바지를 입고 랩톱 컴퓨터를 들고 다니는 젊은이들과 더 비슷할까요.

물론 일각에선 멋진 장포와 모자를 걸치고 지팡이를 들고 다님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의전적이고 감정적인 상태가 기적사의 기적작용 수행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기도 하지요. 그래서 도움이 되면 사용하면 그만이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장포는 너무 펄럭거리고, 지팡이는 메고 다니면 궁둥이가 아파서 좋아하지 않습니다.

타입 블루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요?

학생이 알아낸다면 그걸로 논문 한 편 쓰세요. 그걸 최초로 알아내는 사람 앞으로 1000만 불의 상금이 걸려 있으니까요.

왜냐하면 정말로…, 아무도 모르거든요. 왜 어떤 사람들은 마술을 부릴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지, 우리는 정말 아는 게 없어요. 일부 사례에서는 유전적인 관련이 있는 것 같긴 하지만, 다른 사례들에서는 지적 능력과 관련이 있는 것 같고, 또 마술효과와 가까이 있었는지와 관련이 있는 경우도 있고. 하지만 그래도 그 모든 요인들을 거스르는 ‘들고양이’ 마술사들이 아무데서나 튀어나오곤 하지요.

제 생각에 가장 적절한 유추는 암(癌)입니다. 암을 유발하는 다양한 위험요인들이 있지요. 연령, 유전, 환경, 발암물질에 노출된 경험 등등…. 하지만 그런 요인들이 몇 개가 겹치건, 실제로 암에 걸릴지 아닐지는 순전히 운이 있고 없고의 문제잖습니까.


모든 질문에 대답을 해준 것 같군요. 그럼 해산하기 전에 한 마디만 더 하도록 하겠습니다.

술을 함께 마시는 건 의형제나 친구 관계의 성립을 표현하는 보편적 수단이었습니다. 그리스도의 최후의 만찬부터, 디오니소스교, 사교단제, 총각파티 등등 사례가 차고 넘쳐요. 저는 개인적으로 탁자에 둘러앉아 함께 먹고 마시는 일이 대화에 버금가는 중요성을 가지는 중국의 음차(飮茶)같은 그런 자리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면, 세미나는 이걸로 끝이지만, 우리의 대화도 이걸로 끝나야 할 이유는 없다는 겁니다. 언제든지 구내 클럽에서 저를 찾으면 인사해 주세요. 그러면 1차는 제가 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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