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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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아득해지는

경험.

앰브로즈 비엔나점의 평론.
에덴 부마로 작성.
17분 동안 읽을 길이.
⭐⭐★★★

평가: 0+x

해명문: 이 평론 중 일부에 대해서는, 제가 쓴 게 실제로 있었던 일과 얼마나 들어맞는지 장담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실제 상황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을 수 있더라도, 이 글은 제 경험을 옮겨 적은 것이고, 저에게는 진실입니다. 제가 앰브로즈 비엔나점에 준 최종 별점에 이 내용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음식점 평가 업계에서는, 가게에서 직접 그리고 대놓고 평가를 요청하는 일은 — 들어본 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 드물다. 사실, 그건 어설픈 방식으로 간주된다. 평가를 구하는 전형적인 과정은 느리고 은근하다. 음식점은 온라인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남겨 주는 만족한 단골 손님들을 만들면서 자연스레 명성을 쌓아야 한다. 손님들에게 평가를 남겨 달라고 해서는 안 되며, 전문적인 평가를 구걸하면 빈축을 사게 된다. 목표는 영향력 있는 전문가들을 불러세워 관심을 끌기보다는, 자신만의 가치로 그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다. 이 과정은 확실히 일종의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공식적인 규칙과 암묵적인 규칙 모두를 갖추고 있고, 천천히 플레이하는 게 품격 있게 승리하는 방법인 게임 말이다.

그렇지만, 앰브로즈의 음식점에서 평가를 요청해왔다는 건 들어본 적이 없었다. 앰브로즈. 엄밀히 따지자면 소규모 국제 체인점이지만, 실제로는 이름만 하나로 쓰고 서로 연관성은 없는 일련의 음식점들인 앰브로즈 레스토랑스는 매우 일관된 사업 양상을 보인다. 앰브로즈는 은밀함을 유지한다. 앰브로즈 레스토랑스는 특정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다 — 틈새시장이자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 한끼 식사를 하러 홀연히 나타나서는, 다시는 모습을 보이거나 소식을 들려주는 일 없이 왔던 곳으로 다시 되돌아가는 이상한 사람들을. 그곳에는 항상 기믹이 있다.

주류 매체의 관심은, 앰브로즈 레스토랑스에게는 독이 된다.

그래서 월든 스튜디오가 앰브로즈 비엔나점의 연락을 받았을 때, 우리는 놀랐다. 그렇지만 그곳에서 구체적으로 나 — 에덴 부마로Eden Bumaro — 에게 리뷰를 요청했을 때 나보다도 더 놀란 사람은 없었다. 월든 스튜디오는 미지를 감식하는 사람들이라는 걸 빼면 시체나 다름없어서, 예의범절에는 개의치 않아하므로 — 나는 기쁘게 받아들였다.

내가 무슨 일에 뛰어들었는지 나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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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브로즈 비엔나점의 길거리.

첫인상

앰브로즈 비엔나점은 비엔나 도심을 둘러싼 원형 도로인 링슈트라세Ringstrasse 바로 외곽, 남쪽에서 걸어서 십 분 거리에 있었다. 가는 길에 운좋게 전차를 잡아탈 수 있었다. 간밤에 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놓쳤었는데, 역사적이지만 크게 주목할 만하지는 않은 경험이었다. 아침 기도를 올릴 교회를 찾지는 못했지만, 전차 정거장에서 식당까지 걷는 일은 즐거웠다. 오스트리아는 아침 햇살 속에서 훨씬 더 멋졌고 겨울 추위의 상쾌함은 내 관심을 집중시키기에는 충분했지만, 어딘가 따뜻한 곳을 찾으려는 데 전념하게 할 만큼은 아니었다(간밤에는 그렇지 않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는 부끄러워서였다).

앰브로즈 비엔나점의 문에는 주목할 만한 점이 딱히 없었다. 거무스름한 목재로 테를 두른 유리 두 장에, 맨 위쪽에는 금색 활자로 쓰인 체인점 로고가 장식되어 있었다. 안쪽으로 부드럽게 구부러져 있는, 광택을 낸 길고 가느다란 은색 금속 손잡이 두 짝이 유리창 뒤에 숨겨진 따스한 어둠을 두드러지게 했다. 문을 열 때 장갑을 끼고 있어서 다행이었는데, 금속의 완벽한 광택을 망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오싹함이 나를 훑고 지나갔다. 로비는 어두웠고, 내 눈이 겨울날의 햇빛에서 벗어나 이곳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문 틈에서 새어나온 빛으로 내 오른편에 있는 코트걸이가 보였고, 나는 잠시 코트와 스카프, 장갑을 벗었다. 옷가지들이 황동제 구조물을 장식할 무렵, 내 시야는 또렷해졌다.

내 앞에는 작은 데스크가 있었다. 의심할 나위 없이 손님이 식당에 들어오면 웨이터가 맞이하기 위한 용도로 있는 것이겠지만, 거기에는 현재 아무도 없었다(앰브로즈 비엔나점에서 내가 몇 분 동안 혼자서 둘러보도록 해주었나 보다). 내 오른편에는 벽이 있었다. 내가 들어온 문이 건물 중앙에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놀라운 일이었는데 — 나는 좌석이 있는 구역을 보게 될 줄 알았었다. 그래도 내 왼편에는 유리창이 있었고 그 너머로 예상했던 좌석을 볼 수 있었지만, 테이블 없이 의자만 놓여 있었다. 사실, 그 광경에서 나는 대기실의 이미지를 연상했다. 웨이터의 데스크 뒤에는 유리창을 지나서 의자가 있는 곳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있었다.

나는 ‘대기실’로 향했다. 이곳의 온도는 어쩐지 완벽했는데 — 마치 공기가 전혀 없는 것만 같았다. 창문 반대쪽인 우측에는 뒤편을 고급 술로 채운 바가 있었다. 방 곳곳에 골고루 놓여 있는 총 다섯 개의 의자는, 갈라짐과 상한 곳이 없는 인조 가죽으로 되어 있었다. 의자는 한번도 사용된 적이 없었다. 그 자리에서 시험해 보자 확실히 편한 의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장소가 오는 즉시 장시간 기다리게 할 목적으로 설계되었다는 확신이 시간이 갈수록 더더욱 들었다. 그리고 이 사실로 인해 머릿속에 모순이 생겨났다. 터무니없이 긴 대기시간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식당이 분명 좋은 곳일 수가 없는데… 더군다나 그런 사실을 이렇게나 대놓고 인정하는 곳이?

앰브로즈의 레스토랑에는 항상 기믹이 있고, 아직까지 나는 그 기믹을 알아내지 못했다.

내가 탄 항공편이 지연되어서, 지난 밤이나 오늘 아침에 예배에 참석할 수가 없었는데 — 교회를 찾는 게 쉬울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이제 숭배의 장소는 모두 같은 대의를 받들고 있다. 그렇지만 의자는 편안했고, 기다리는 동안 내가 직접 간략히 기도를 올릴 이상적인 장소가 되어 주었다.


싸구려 오디션

바 뒤에서 문이 열렸다. 나의 고독은 깨어졌고 기도에는 대답이 돌아오지 않은 채였다.

새로 나타난 사람은 젊었는데 — 아마도 이십대 후반 같았다 — 삭발을 했지만 풍성한 턱수염과 콧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그는 단추를 끝까지 다 채운 짙은 심홍색의 조리복을 입고 있었으며, 그가 인사를 건네며 바 뒤에서 걸어나오자 검정색 바지와 광낸 검정색 구두가 드러났다. 미소를 띠고 약간의 망설임과 함께, 나는 인사에 답했다.

그가 한 손에는 금속 통을 들고 다른 한 손은 나를 향해서 뻗은 채 다가왔다. 나는 그 손을 잡았고, 우리는 악수를 했다. 나는 눈 색깔을 기억에 담아둘 수 있을 만큼 오랫동안 그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암갈색이었다. 그의 명찰에는 ‘야쿱 스보보드니Jakub Svobodný’라고 적혀 있었다. 나와 이메일을 주고받아왔던 바로 그 사람이긴 했지만, 직접 보기는 처음이었다.

“당신이 야쿱이겠군요.” 나는 말했다. “신께서 미소지으십니다. 드디어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가 대답했지만, 말을 더듬었다. “어…”

“에덴입니다.” 그가 어떤 존칭을 골라야 할지 확신을 못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 “에덴 부마로요.”

“감사합니다, 에덴 씨. 신께서 미소지으십니다. 앰브로즈 비엔나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이미 알고 있었다. 나는 말 그대로 뭐라도 알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었는데 — 예를 들면, 그의 손에 들려 있는 금속 통의 내용물 같은 것 말이었다. 나는 그 통을 향해 손짓했다.

“그건 선물인가요?”

야쿱은 그게 무엇인지 잊어버린 듯이 그 통을 내려다보았다.

“아, 물론이죠.” 그가 말했다. “저희가 여기서 무엇을 하는지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나는 기권의 뜻에서 팔을 들었다. “전혀 모릅니다. 당신이 내게 연락해 왔었는데, 기억하죠?”

그가 미소지었다. “알겠습니다. 자, 이 통에는 기체형 환각제가 들어 있답니다.”

그가 내 반응을 살피려고 말을 멈췄다. 나는 내 자신을 억누르고 아무것도 내비치지 않으려 했다.

“지금 에덴 씨에게 이걸 들이마시도록 할 겁니다. 물론, 동의하신다면요. 효력이 나타나려면 30분 정도가 걸릴 테니, 그동안 식사 주문을 하시고 저와 잡담을 나누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약효가 느껴지기 시작할 때 식사를 받으실 겁니다. 어떠십니까?

나는 그가 한 말을 이해할 시간을 잠시 가졌다.

“이게 어떻게 정상적으로 작용합니까? 이걸 손님마다 다 주는 겁니까?” 나는 방을 쭉 훑어보았다. “다섯 명 전부요?”

“손님마다 다 줍니다. 그래서 아주 적은 수의 사람들만 이곳에서 수용할 수 있는 거죠.”

“합법인가요?”

“물론이죠. 다 합의된 거랍니다. 제가 짐작하기로는, 오스트리아의 규제 정도는 에덴 씨가 있었던 곳보다 훨씬 더 느슨해요.”

맞는 말이다. 내가 있던 왕국the Kingdom에서는 어떠한 종류의 약물 소지도 범법 행위로 간주되어서, 종신형감인 통을 겨우 일 미터 떨어져서 보는 일은 나에게는 다소 문화적인 충격이었다. 공항에 도착하고 나서 지나친 패스트푸드 체인점조차도 생경하게 느껴졌다. 아마 내가 있던 환경에서의 그 물건의 취급과 내가 금지된 경험을 꺼려할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야쿱이 이 사실을 솔직히 밝히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나는 이곳에 와 있고, 내가 원한다 해도 직업상 물러설 수가 없었다. 우리 둘 다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럼 괜찮습니다.” 그에게 말했다. “동의하겠습니다.”

야쿱이 바 아래쪽에서 고무 안면마스크를 꺼내, 살균한 것이라고 확인해주고 금속 통에 부착했다. 그는 나에게 마스크를 얼굴에 꼭 붙이고 세 번 깊이 들이마시라고 했다 —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기체에서는 시큼한 향이 났다. 내 몫을 들이마시자마자 쉭쉭대며 기체가 새어나오는 소리가 그친 것으로 보아, 통에는 정확히 계량된 양만이 들어있었던 게 분명했다. 야쿱이 통과 마스크를 가져가 바 위에 올려두었다. 그걸 두도록 지정된 곳이 없다는 데에서 이상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최소한 이제 이곳의 기믹이 무엇인지는 알아냈다.


꿀벌들

야쿱의 첫 업무는 내 주문을 받는 것이었다. 그가 바 밑에서 메뉴판을 꺼내 내게 건네주었는데, 추측컨대 거기에 더 많은 메뉴판이 쌓여 있는 것 같았다. 더 이상의 지시는 필요하지 않았다 — 이런 과정에는 아주 익숙하니까.

레스토랑에서 다양한 요리를 제공하고 있어 메뉴는 다양했지만, 그 중에서 한 품목이 내 눈에 띄었다.

펜네 알 아라비아타Penne all’arrabbiata. 이탈리아어로는 문자 그대로 ‘화난 파스타’라는 뜻으로, 고추의 풍미를 가리키는 말이다. 만들기 쉬운 간단한 요리지만, 나는 이 요리가 잘못 만들어진 경우를 너무나도 많이 보았다. 특히, 많은 음식점에서 그 이름을 — ‘아라비아타arrabiata’라는 — 향신료를 안 친 토마토 소스라는 뜻의 유의어로 잘못 써 놓곤 한다. 식당에서 제공을 한다면 나는 이 요리를 주문한다. 애독자들이라면 그 이유를 알 텐데 — 앰브로즈 비엔나점에도 마찬가지로 — 나는 이게 내가 생각하기에 완벽한 음식점 테스트 방법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인상적인 요리로 나를 감탄하게 만들기는 쉽다. 기본적인 요리로 나를 감탄하게 만들기는 훨씬 더 어렵다. 이런 일을 이뤄낼 수 있다면, 정말로 훌륭한 음식점이라고 할 수 있다.

야쿱은 메뉴판을 가져가고 내 주문을 받아 주방으로 전달한 뒤, 대기실에 있는 의자 중 하나에 나를 앉게 했다. 내가 전에 시험해 보았던 것과 같은 의자를 골랐다. 그가 내 앞 바닥에 쪼그리고 앉았다.

이제 우리에게는 때울 시간이 30분 정도 있고, 야쿱은 정신없이 바쁜 딱따구리처럼 작업에 들어갔다. 그에게는 말할 이야기와 나눌 일화가 있었지만, 내 생각에 대부분은 정해진 각본대로 흘러가는 것 같았다. 그의 가족은 시스라이타니아Cisleithania 출신으로, 전쟁과 뒤이은 종교 통합 이후 그의 조부가 조모와 함께 있기 위해 비엔나로 옮겨 오게 되었다고 그가 내게 이야기해 주었다. 그는 이후부터 쭉 이곳에 있어왔다고 말했다. 그가 아주 어렸을 적에 그의 모친이 돌아가셨고 비탄에 빠진 부친은 그를 무신앙자로 — 생소하게 들리는 단어였다 — 키우려 했지만, 그와 부친 모두 마침내 진실을 목도했으며 이제는 훨씬 건전한 관계를 누리고 있다며 그가 나를 안심시켜 주었다. 나는 그가 류트를 연주할 줄 알고, 이니셔티브the Initiative라는 아마추어 밴드의 일원으로서 정기적으로 모여 중세 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동네 교회에서 연주할 기회를 얻기 위해 겨루고 있지만, 잘 되고 있지는 않다고 한다. 그는 밴드 문제에 대해서는 괜찮은 듯해 보였지만, 나에게 말해줄 다른 어떤 관심사도 없는 것 같았다. 나는 ‘1인 1취미’라는 비유가 짜증난다고 늘 생각했었지만, 야쿱은 그 고정관념에 딱 들어맞는 유형 같았다.

나는 그에게 앰브로즈에서 일하게 된 동기를 물었다. 그는 가업이라고 말했지만, 여기서 일하는 다른 누군가와의 친족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를 이상하게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가 일종의 또다른 가족을 가리켜서 한 말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아마도 그의 음악 친구들이리라.

그가 나에게 월든 스튜디오에서 일하게 된 동기를 물었다. 나는 사실대로 말해주었다. 좋은 글과 더 맛있는 음식을 음미해서라고. 우리는 웃음을 나눴다.

우리는 잡담을 하면서 20분 정도를 보냈다. 야쿱은 나에게 독일어 관용구를 몇 개 가르쳐 주었고 그가 점심때에 종종 간다는 근처의 소시지 노점상을 추천해 주었다. 기회가 되면 잠깐 들르려고 적어 두었다.

우리의 대화는 유쾌했지만, 사소함은 오래 가지 않았고 대화의 분위기는 곧 바뀌었다.


뿌릴 씨앗

“환각제가 효력을 나타내기 시작할 때,” 야쿱이 설명했다. “에덴 씨의 머릿속에 개념을 심어서 약물이 활성화되도록 해줄 겁니다. 그런 개념들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저를 위해서 불신감을 정말로 멀리 떨쳐내주시길 바랍니다. 그래 주시겠습니까?”

“그게 무슨 말이죠?”

“제가 하는 말이 명백히 사실이 아니거나 앞뒤가 맞지 않더라도, 믿어주시길 원합니다. 마음을 열고 그 정보가 자리잡도록 해 주시길 원해요. 이 과정은 경험의 일부이고 — 그 약이 에덴 씨가 그곳에 닿도록 도움은 주겠지만, 알아서 여정을 시작해 줄 수는 없거든요. 저를 위해서 그렇게 해 주시겠습니까?”

“안… 안전한 겁니까? 끔찍하고, 장기적이기까지 한 약물 사용 부작용에 대해서 온갖 얘기를 다 들어봤을 텐데요. 전혀 어, 문제가 없다는 약물까지도요 — 경계심이 좀 들어서요, 네.”

“안전합니다.” 그가 나를 안심시키려 했다. “약을 썼더라도요. 그 경험이 후회된다고 한 고객은 지금까지 없었답니다.”

잠깐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 걱정이 된다는 건 인정하겠지만, 안심이 되는 말이 도움을 주었다. 야쿱에게는 뭔가 있었다 — 그의 표정은 아주 믿음직스러웠다. “물론이죠. 그렇게 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은 그 말이 잘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래 기다리고 나서 그는 다시 말을 꺼냈다.

"이 방에는 세 명의 사람이 있습니다, 에덴 씨. 느껴지시나요?"

나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물론입니다 — 저, 당신 그리고 신이죠."

야쿱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죠, 아니죠. 저, 당신, 그리고 이 레스토랑이죠. 레스토랑도 에덴 씨나 저만큼이나 인간답고, 사고과 감각을 지녔고 동일한 욕망이 있답니다. 우리들과 마찬가지죠. 이해되십니까?”

“신이 없다고요?”

“지금은 신께서 지켜보시고 있지 않답니다.”

“이게 당신이 나에게 해보고 믿어 보라고 한 것들 중 하나인가요?”

“네. 저를 만족시켜 주세요. 저는 에덴 씨가 이 말을 진심으로 믿어 주었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신의 시야가 흩뜨려졌고, 이 레스토랑이… 살아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죠? 아니면 레스토랑이 사람처럼 생각을 한다는 건가요?”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곳에 가까워지고 있군요. 음식을 받으면, 레스토랑이 에덴 씨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걸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아주 중요하거든요 — 그 음식은 당신을 위한 겁니다. 아무 사람에게나 주어지는 파스타가 아니라 아니라 결국은 에덴 씨 앞에 있게 될 파스타에요. 당신을 위해 고안되고, 만들어지고, 요리되고, 제공되는 파스타입니다. 파스타의 개념은 아주 오래 전 이탈리아에서 또 그보다 훨씬 이전에 시작되었는데 우주가 당신에게 파스타를 정확히 이곳에, 정확히 이때에 제공할 방법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죠. 이해한 내용을 제게 말해보세요.”

요구사항의 단순명쾌함이 나를 약간 혼란스럽게 했다. “이 파스타가… 저에게 올 운명이었고, 모든 파스타가 저에게 올 운명이었다는 겁니까?”

그가 미소지었다. “맞아요. 완벽해요, 네. 하지만 그 역 또한 진실이랍니다. 말해보시죠.”

“그 역이요? 그… 제가 이 파스타에게 올 운명이었다고요?”

“그래요!” 그가 내 무릎을 장난스럽게 때리며, 축하하는 어조로 소리쳤다. “에덴 씨는 이 파스타에게 올 운명이었습니다. 당신 삶의 유일한 의미가, 당신이 세상에 나온 거룩한 목적이 이 파스타를 먹기 위해서죠. 이해하셨습니까?”

“네.”

“이 말을 믿으십니까?”

“아뇨.”

“괜찮아요. 아직 몇 분이 남아 있으니까요. 레스토랑은 이 교환을 돕고 싶어합니다. 레스토랑의 운명이 당신의 운명이죠. 전부 당신 주위에서 돌아가는 겁니다, 에덴 씨. 레스토랑이 파스타를 만들고 레스토랑이 파스타를 제공하죠. 저는 그저 전달자일 뿐입니다 — 에덴 씨를 레스토랑까지 인도하는 게 저의 일이죠. 그래도 문제될 것 없습니다. 레스토랑이 우주고, 레스토랑은 이 파스타를 먹는 에덴 씨를 보는 것 그 이상은 원하지 않아요. 당신은 파스타를 원해야만 하고, 그 무엇보다도 원해야만 합니다.”

나는 눈을 감았다. 그가 나에게 믿으라고 말할수록 — 믿어달라, 나는 그러려고 애쓰고 있다 — 그의 목소리와 얼굴이 나를 혼란스럽게 한다. 약이 기묘한 느낌을 주지만, 다른 어떤 것보다 무언가를 느낄 거라는 예상보다 더한 느낌이다. 나는 머릿속에 들어오는 모든 것에 대해 과도하게 생각하고 있다. 환각제를 투여받았다는 말만 들었더라면 예전과 똑같이 느꼈으리라고 추측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아직 아무런 환각도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쪼그리고 앉아 나를 혼란스럽게 하는 야쿱이 시야에 없으니, 그가 한 말에 집중하기가 더 쉬웠다. 고맙게도, 야쿱이 말하기를 멈췄다. 그가 한 말은 전혀 말이 되지 않지만, 나는 그 사실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나는 진정으로 믿으려 하고 있고 — 그리고 야쿱의 말을 내가 얼마나 의심하든 간에, 야쿱은 진정으로 그 말을 믿고 있다고 생각하니 모든 게 더 쉬워졌다. 그냥 똑같이 생각하도록 나 스스로를 설득해야 한다.

내가 파스타를 먹어야만 하기 때문에 우주는 그런 방식대로 정렬되어 있다. (그게 파스타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기는 하지만. 이건 섭취의 상징적인 행위다.) 세상이 이런 건 신이 그렇게 했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내가 이곳에 있게 하기 위해 이런 식대로 되어야 할 뿐이다. 순간, 나는 느꼈다 — 느껴진다! 내 주변의 천지만물이 느껴지고, 모든 것을 밀어붙이는 우주를 느낄 수 있고, 그 욕망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웅대함을 느낄 수 있고, 피뢰침처럼 나와 우주를 연결시키는 레스토랑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눈을 뜨자, 그런 순간은 희미해졌으며 해변의 파도가 물러나듯이 다시 이 건물은 그냥 식당이 되었다. 그러나 밀물과 썰물처럼, 나는 그 순간이 머지않아 되돌아오리라는 희망으로 충만해졌다. 약기운이 들었다. 여정이 시작되었다.


도살할 양들

희미하게 삑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야쿱이 약효가 나타나는 최적의 시간에 맞춰 타이머를 설정해 둔 게 분명하다. 그의 정확성에 감명을 받았다. 그가 휴대전화를 꺼내 타이머를 껐고, 소리는 그쳤다. 고작 몇 초 앞선 물건이 우주의 흐름을 넘어, 단순한 인간의 변덕에 굴종하고 굴복하며 그 자체로 시간에 대한 지배를 단언하는 걸 보게 되니 공포스러웠다. 거의 모욕적이었다.

“느꼈습니다.” 나는 말했다.

“믿으십니까?”

내가 뭘 경험했는지 그가 아는 것 같았고, 내가 공들여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네 또는 아니오라는 단답으로 족할 것이다.

“네.”

그가 일어서라고 말했고, 나는 그렇게 했다. 앞길을 막는 테이블 없이 자리에 앉아 있어서 다행이었다. 다리가 약간 휘청거리는 게 느껴졌고, 야쿱은 내 팔을 잡고 일어서도록 도와주었다. 그가 방 뒤에 있는 문으로 나를 인도했는데 이전에는 내가 알아차리지 못했던 문이었다. 내가 앞장서서 갈 때 그는 내 뒤에 있었다. 우리가 레스토랑에서 걷는 동안 마음속에서는 내가 해변에서 앞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는 것 또한 깨달았다. 우리는 순식간에 문과 바다 두 곳 모두에 도착했다. 이 상황이 일어났었다는 증거로 다리에 걸어다닌 느낌이 남았지만, 그 사실은 내 머릿속에서 흘러나가 버렸다. 야쿱의 얼굴은 내 얼굴과 가까웠다.

“괜찮으십니까?” 그가 묻는다.

“네. 괜찮습니다.”

그가 문을 밀어서 열자, 길고 어두운 회랑이 나타났다. 야쿱이 나를 앞으로 안내하는 동안 붉고 뜨거운 그의 오른손은 내 목덜미 위에 부드럽게 올려져 있었고, 얼음장같이 차가운 그의 왼손은 내 왼쪽 팔꿈치를 감싸고 있었다. 어둠 속으로 발을 내딛자 조명이 왼편 그리고 오른편에서 걸어나가는 쪽을 향해 깜박이며 하나씩 계속해서 켜졌고, 내 시선은 좌우로 휙휙 움직였다. 회랑은 갈수록 완만하게 반시계방향으로 꺾이는 듯했고, 걸어가는 동안 단단히 움켜쥔 야쿱의 손이 내 방향을 고쳐 내가 있어야 할 정가운데로 두기도 전에 내가 알아서 왼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것을 느꼈다.

어느 시점에선가, 내가 경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것 같지가 않다는 것을 강렬히 의식했다. 솔직히 내가 아직도 대기실의 의자에 앉아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러나 파도가 내 발에 밀려왔고, 물은 따뜻했으며 모래는 부드러웠다. 편안했다.

우리는 회랑의 끝에 이르렀고 너비가 아마 십 미터는 되는 텅 빈 원형 방에 들어갔다. 벽은 광택 없는 회색 금속으로 되어 있었고, 층층이 쌓아올린 철제 고리처럼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위로 뻗어나가 있는 듯해 보였다. 바닥은 금속 망으로 되어 있었는데, 강철 버팀대가 벽과 똑같이 아래로 뻗어나가 있는 어두컴컴한 구멍 위의 망을 지탱하고 있었다. 광원은 보이지 않았지만 방은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방의 중심부인 이 텅 빈 원통 한가운데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하나씩 있었다. 나이프와 포크, 냅킨이 이미 차려져 있었다.

“그래서 대기열에 자리가 다섯 개밖에 없는 거군요. 한 번에 한 손님씩.”

내 말이 옳은지 확인하려고 야쿱을 쳐다보았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마치 어린아이가 개똥을 정확히 알아보자 그 아이의 부모가 그러는 것처럼.

그가 나를 방 한가운데로 안내하고 의자를 뒤로 빼주었다. 내 마음은 갈팡질팡하고 있다. 내가 하기로 되어 있는 뭔가가, 내가 취하기로 되어 있는 어떤 행동이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둘 다 알 수가 없고 금지되어 있다. 그 개념이 나의 이해를 피해간다. 손대거나 결정하는 건 내 마음대로 할 게 아니었다.

“앉으세요.”

나는 앉았다.

나를 이곳으로 이끈 회랑에서 또다른 사람이 나타났다. 또 심홍색과 검정색 옷차림이었다. 누구인지 가늠해 보려고 그 얼굴을 쳐다봤지만 세세히 살펴볼 거리가 없었다. 한순간 나는 야쿱이 한 말이 전부 거짓말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내가 생각했던 그 사람이 아니었다. 단지 레스토랑의 얼굴이자 나와 레스토랑 사이의 매개체였을 뿐이고, 내가 그에 대해 알아낸 사실은 전부 나를 안심시키려고 날조된 것이었다 — 그러나 그 순간은 나타난 즉시 불안정해고 희미해졌다. 파도가 다시 밀려와 드러난 모래를 덮었다. 물이 이제는 내 무릎까지 차올랐고, 앉아 있는데도 나는 계속해서 더 깊이 걸어들어갔다. 음식이 담긴 접시를 들고 온 사람이 그걸 내 앞에 놓았다. 펜네 알 아라비아타다.

“고맙습니다.” 그 사람에게 말한다. “사진을 찍어도 될까요?”

그자가 끄덕였다. 그자는 벌집 속의 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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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네 알 아라비아타. 앰브로즈 비엔나점 제공.

내 휴대전화 화면은 뒤틀려 있고 혼란스러웠다. 카메라 조작은 익숙하지만 이질적이었고, 알아는 봤지만 이해할 수가 없는 생소한 형상이었다. 나는 사진을 딱 한 장만 찍었다 — 이게 평론에 쓸만하기를 바라면서. (지금 다시 보니, 그래. 사진은 괜찮다.)

그 사람이 떠났다. 확신은 없지만 그자는 애초부터 늘 거기에 있었다. 내가 확신하는 만큼 사고와 감각을 지닌 진짜 사람이 아니었다. 퍼즐 조각이었고, 우주가 쓴 메시지였다. 레스토랑의 일부였다.

물이 허리까지 차올랐고, 움직임에 제약을 주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내 걸음걸이는 허우적거리는 모양새가 되었다.

야쿱이 한 말은 전부 거짓이었다. 레스토랑은 내가 섭취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 레스토랑은 그저 대변자이고, 꼭두각시였다. 야쿱은 마리오네트이며, 그의 줄은 그가 레스토랑이라고 부르는 나무막대에 매달려 있다. 그러나 레스토랑도 다른 무언가의 줄에 매달려 있고, 그 줄을 쥐고 있는 것은 광대한 공허다.

심장이 얼어붙었다. 숨이 멈췄다. 그 공허를 — 나는 보아 왔다. 나는 그게 뭔지 정확히 이해하고, 상세히 알고 있고, 내가 지금까지 알아온 모두가 그랬듯이 나의 아버지가 그 존재를 인정한 이후부터 그것에게 하루도 빼놓지 않고 기도했다. 차디찬 공포가 내 심장 밑바닥에 자리잡았다. 우리는 간신히 이해할 수 있는 상징과 우연에 대해 몇 달 그리고 몇 년간 지속되는 긴 대화를 말하고, 나누어 왔다. 야쿱은 레스토랑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고, 레스토랑은 그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 앞에서 모든 것은 무의미해진다. 내가 아는 사실마저도. 그렇지만 지금까지는, 나는 그걸 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리고 만일 내가 그걸 봤다면, 그것도 나를 본 거다. 그건 나를 안다.

야쿱은 그것이 존재한다는 걸 알까? 그가 알고 있었다면, 왜 나에게 말해주지 않았을까? 왜 거짓말을 한 걸까?

나는 이 방 한가운데에, 이 금속으로 된 원형 방에, 레스토랑의 뱃속에, 폭풍의 눈 속에 있다. 폭풍이, 우주의 나머지 부분이 어디에서나 혼돈을 회전시키며 내 주위에서 공전하고 있다. 그 평형력은 여기에 있다. 바로 나다.

나는 그 사실을 이해한다 — 물론 이해한다. 나는 그것으로부터 분리되어 있는 유일한 존재다. 그것은 내가 지금까지 알아온 모든 것을 의미하는 하나의 통일된 존재다. 내 삶의 모든 사람들이, 어머니, 아버지, 지금까지 사귄 모든 친구들, 교회 사람들 모두, 미소를 나눈 모든 낯선 이들, 한때 나였었던 사람들 모두가. 그들은 전부 하나다.

그건 내가 아닌 모든 것이다. 나는 내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그러므로 나는 그게 무엇인지 이해한다.

파스타가 내 앞에 있다. 이것도 그 일부다. 사실 이게 핵심 항목이다. 다른 모든 것은 그저 꽃잎처럼 나, 즉 꿀벌을 중앙으로 안내하기 위해 존재한다. 마침내 나는 여기에 있다. 항상 그럴 운명이었기 때문에.

물이 어깨까지 차올랐다.

물론이다. 야쿱이 알았는지 몰랐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야쿱은 그 일부였다. 그가 알았건 몰랐건 — 그런 구별이 더 이상 유효하기나 하든 그렇지 않든 — 그는 비밀을 알고 있었거나, 그 일부였다. 그가 한 말은 참말도 거짓말도 아니었다. 내 마음을 뭐가 중요한지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곳으로 인도하는 디딤돌이자 다리였다. 그의 말은 그 목적을 수행했다.

우주는 절대로 나에게 직접적인 명령을 내릴 수 없었고 — 명령은 너무 많이 동떨어져 있거나, 너무 추상적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알 수 없었다. 우주는 나에게 자신이 너무 오래, 너무, 너무 오랫동안 존재해 왔다고 말해주려 해왔지만 나는 그 말을 늘 무시했었다. 그 메시지는 어디에나 있었다. 뭘 생각할지를 내게 말해주는 학교 선생마다. 뭘 원할지를 내게 말해주는 광고마다. 어떻게 행동할지를 내게 말해주는 걱정거리마다. 어떻게 변할지를 내게 말해주는 거울마다. 해돋이의 단순한 아름다움과, 하루 후에 또다른 하루가 오는 그 일관성, 그리고 그 단조로움에서 오는 공포와, 여생 내내 먹어야만 하는 알약 같은 밤과 낮의 캡슐화와, 이 세상과 그 속의 모든 것을 떠받치고 있고 모든 것이 그 위에 세워져 있는 편집증마다. 우주는 내가 살아 있는 동안 그리고 그 이전의 수십억 년 동안 그 존재를 강력히 주장하려고 해 왔고,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나에게 증명하려고 해 왔다.

그리고 나는 그게 신이었다고 생각했다.

어찌나 어리석었는지.

물이 목까지 차올랐다.

이번에는, 그 메시지가 야쿱이라는 형태로 찾아왔다.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직접적이었던 메시지였다. 나는 한번도 레스토랑을 자력으로 마주치지 못했었지만 어쩌면 우주는 그때를 기다리고 있어왔는지도 모른다. 우주에게는 어떤 촉매 같은 게 필요했다.

그러나 야쿱은 이제 사라져버렸다. 분명 내 눈에는 그가 보이지 않지만, 음식을 가져다 준 사람이 야쿱이었을지도 모른다. 나에게 우주를 보여 주는 것이 그의 일이었다. 레스토랑. 레스토랑이 포함되어 있는 식당과는 레스토랑이 완전히 외따로 분리되어 존재한다는 걸 내게 증명해 주는 게 그의 일이었다. 그가 단언했듯이 레스토랑은 살아 있는 존재가 아니라 개념이며, 우주로 이어지는 관문이다. 내가 손댈 수는 있어도, 걸어나가지는 못하게 되어 있는 관문. 내가 그럴 수 있는지조차도 확신이 없었다. 이 관문은 순전히 우주의 욕망을 위한 입구다.

이제는 그 욕망들을 내 스스로 볼 수 있다. 나는 더 이상 그것들을 무시하지 않는다. 이번에는 나를 혼란스럽게 하거나 잘못 해석하게 만드는 게 아무것도 없는 이 텅 빈 금속 방 안에서, 그 욕망들은 나의 필요와 욕구로 나의 내면을 나타냈다. 생존을 향한 나의 근본적인 갈망 — 음식을 향한 나의 굶주림을.

이게 마지막 한 걸음이다. 내 목덜미에 올려진 야쿱의 손처럼, 우주는 내내 나를 안내해 주고 있었다. 마지막 걸음은 내 스스로 내딛어야 한다.

나는 입을 물 밖에 있게 하려고 고개를 위로 기울였다가, 음식을 바라보려고 고개를 아래로 기울였다. 펜네 알 아라비아타. 화난 파스타. 나는 포크를 들어 그중 한 가닥을 찍었다. 파스타는 포크에 꽂혔고, 붉은색의 엷은 소스가 파스타에 들러붙었다.

포크를 입으로 가져가고, 고개를 더 치켜들었다. 파스타를 입 안에 넣고 이로 포크에서 끄집어냈다. 짠물이 내 입으로 약간 흘러들어왔다. 파스타는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했다. 토마토는 달콤했다. 바질은 알싸했다. 같이 딸려온 양파 조각은 무르고 시큼했다.

그러나 맵지가 않았다.

맛이 내 입 속에 자리잡는 동안, 침묵이 맴돌았다. 방은 비어 있고 추웠다. 내 머릿속은 텅 비어 있고 아무 생각이 없었다. 우주는 나에게 해줄 말이 아무것도 없었다. 해달라는 대로 해줬잖아, 응? 이게 다라고? 나랑은 다 끝난 거고?

그런 뒤 나는 삼켰다.

갑자기 내 발 밑이 꺼졌고 — 원래 모래가 있었던 곳에, 이제는 물이 있었다. 나는 바닷물로 채워진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구멍 위에 있었다. 나는 발을 헛디뎠고, 그리고 넘어졌다. 깊은 물 속이므로 그렇게 될 수도 있었다. 팔은 내 양 옆에 있었지만 이제는 공포에 질려 미친 듯이 바닷속을 헛되이 휘젓고 있었다.

짠물이 눈을 찌르고, 폐에는 공포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넘어지기 전에 호흡을 할 기회가 없었다. 나는 숨을 쉬려고 하며 오른손으로 목구멍을 부여잡았지만, 입 속에는 물만 가득 찼다. 물을 뱉어내려고 했지만 갑자기 폐가 관심을 요구하며, 고통에 차 울부짖었다. 나는 의자를 바닥에 넘어뜨려 우당탕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앞에 있는 파스타는 개의치 않고 테이블 쪽으로 엎어졌다. 내 왼손이 그릇 가운데에 닿았고, 그릇이 연이어 날카로운 흰색 삼각형 조각으로 산산조각나며 파스타가 양쪽으로 흩뿌려져 소스가 나에게 튀었다. 몸부림치는 동안 내 몸은 물속에서 뱅뱅 돌았다. 나는 거꾸로 뒤집혀 있었고, 어두운 심연이 내 위에 보였지만 더 깊이 가라앉을수록 심연은 더 밝게 빛을 냈다. 절박하게 숨을 쉬는 동안 내 몸은 경련했다. 수압이 더 강해지고 해저면이 눈에 들어오는 동안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밑바닥에서 내가 볼 수 있었던 건 —

심연의 밑바닥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그 순간은 지나가버렸다. 해변, 파도, 바다는, 모두 사라져버렸다. 기억은 이미 희미해지고 있었다.

팔 위와 옷 밑에 토마토 소스가 묻어 있었다. 나는 음식 찌꺼기를 확인하려고 혀로 입 속을 훑으며, 쭈뼛쭈뼛 목에서 손을 치웠다. 아무것도 없었다. 파스타도, 숨을 막히게 하는 것도. 약간 창피를 당한 것보다 더한 기분이 들었다.


선헤엄

본능적으로 맨 먼저 다친 곳은 없는지 확인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주 확실히는 모르겠다. 숨이 막히기 시작했고, 파스타를 도로 뱉어냈다가 삼켰던 건 틀림없다. 분명히 있었던 일은 내가 온 방에 그릇 파편을 흩뿌려 놓았다는 거였다. 파편 대부분은 바닥을 덮고 있는 망 사이로 떨어진 것 같지만 — 이제는 그 망 아래를 볼 수가 있었는데, 거기에 있는 건 끝없는 구멍이 아니라 방 전체에 걸쳐 설치되어 있는 거울이었다. 나는 위를 올려다보았고, 천장에도 똑같이 되어 있었다.

나는 원통 안이 아니라, 그저 원형 방 안에 있었던 거였다. 왜 내가 방이 밀착된 원통 대신에 쌓아올린 고리로 되어 있다고 생각했는지도 이로써 설명이 된다 — 거울과 벽이 만나 위를 향해 무한히 되풀이되며 비춰지는 경계를 보고 있었던 거다. 나 자신이나 테이블의 반사상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게 가장 놀라웠다. 긴 잠에서 막 깨어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행히도, 다친 것 같지는 않았다. 아무런 핏자국도 찾아내지 못했다. 아무래도 피는 다 내 몸 속에 그대로 있는 모양이었다.

충격이 서서히 희미해지자, 내 관심은 몸에 입은 상처에서 정신에 입은 상처로 옮겨갔다. 내가 방금 뭘 경험한 거지? 기분은 괜찮았고, 그리고 여기 방문해 있는 동안에도 그랬다. 지금 당장은 약간 겁에 질린 상태고 분명 몸 속에 아드레날린이 흐르고 있겠지만. 몇 번 헛기침을 했는데, 대부분은 폐에 물이 찼는지 아닌지 확인해보려는 목적에서였다. 물은 차 있지 않았다. 숨을 고르고 심박수가 평소 상태로 되돌아오게 할 시간을 잠시 가졌다. 약 때문이거나 약으로 증폭된 공황 발작을 겪었을 뿐이고, 다 괜찮다고 나 자신에게 되뇌였다.

음식을 깨진 접시에다가 먹지는 않을 테니까 내가 다음 순서로 할 일은 교체할 접시를 찾거나 최소한 사과할 기회를 찾는 게 되었다. 그러나, 방을 둘러봐도 보이는 건 나 혼자뿐이었다. 내가 지켜보는 사람 없이 남겨져 있었다니 솔직히 섬뜩했다. 약을 들이마신 후에는, 예기치 못한 사건이 일어나지는 않는지 지속적인 감시가 있으리라고 예상했으니까 — 더군다나, 그런 사건이 일어났었고!

나는 어떤 소스가 되었건 몸에서 최대한 닦아내고 내가 들어왔던 회랑으로 향했다. 내 기억처럼 휘어져 있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길기는 해 보였다. 무사히 바가 있는 대기실로 되돌아왔다. 여기에도 아무도 없었다. 내가 앉았던 의자는 — 내가 아직 앉아 있으니 어딘가 내 일부인 것이 확실한 — 쭈글쭈글해져 있고 헌것처럼 보였다. 나머지 네 의자는 여전히 새것처럼 보였다.

내가 왔을 때 야쿱이 바 뒤에 있는 문에서 나왔으니, 다음으로 그곳을 살펴보기로 했다. 지나가는 동안 기체형 환각제가 든 금속 통과 그걸 들이마실 때 썼던 마스크가 여전히 거기에 있는 걸 볼 수 있었는데 — 그건 야쿱이 분명 상상의 존재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 주는 증거였기에, 나는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는 걸 인정했다. 이 기회에 그 환각제가 뭐였는지 알아보려고 했지만, 통에는 라벨이 없었다.

나는 주방을 보게 되리라고 예상하며 바 뒤의 문을 열었지만, 아무래도 벽장에 더 가까워 보이는 아주 작은 방밖에 없었다. 방에는 작은 조리대가 있었는데, 그 위에는 빨갛게 물든 빈 플라스틱 용기와 전자레인지가 있었다. 더 높은 곳에는 선반이, 그리고 조리대 아래쪽에는 찬장이 있었지만 모두 텅 비어 있었다. 여기에 그 외에 다른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야쿱은 그 어디에서도 보이지가 않았고 — 그의 목적이 무엇이었든 간에, 야쿱은 그걸 이뤘다. 그에게는 더 이상 내가 필요 없었다.

나는 두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음식을 더 이상 받지 못하리라는 것과, 떠날 때가 되었다는 것.

나는 출입구로 향했다. 내 코트와 스카프, 장갑은 정확히 내가 둔 곳에 있었고 문에 이 정도로만 가까운데도 바깥이 아직도 춥다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옷가지를 다시 걸쳤다.

떠난 후에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내가 들어갔을 때 문 오른쪽에 있었던 창문을 들여다볼 기회를 가졌다. 뭐라도 또렷하게 살펴보기에는 내부가 너무 어둡긴 했지만, 손을 눈썹 위로 동그랗게 모으고 유리창에 기대자 천으로 덮인 테이블과 의자는 볼 수 있었다. 창턱에는 쥐똥이 있었다.

뱃속은 텅 비었지만 머릿속은 복잡한 채로 나는 앰브로즈 비엔나점을 떠났다.


행복했던 어제

비엔나에 온 지도 이제 몇 개월이 지났다. 내 생각을 가다듬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정확히 풀어내는 데 시간이 이렇게나 오래 걸렸다.

그날 아침에 있었던 사건이 내 기억 속에 각인되었다. 나는 사소한 것이나 야쿱이 했던 말을 단 하나도 잊어버리지 않았다. 내가 쓴 것이 내가 경험했던 것이라고, 나는 최대한으로 확신한다 — 그렇긴 하지만, 물론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내 경험이 실제로 있었던 일이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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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렌부어스트. 현지 소시지 가판대에서.

앰브로즈 비엔나점을 떠난 후, 나는 더 만족스러운 식사를 찾아 야쿱이 추천했던 소시지 가판대로 향했다. 추운 겨울 햇살 아래에서도 가지각색의 작업복 차림을 한 동네 단골들의 모습은 이곳이 믿을 만하다는 걸 내게 보장해 주었고, 나는 이 지역의 별미라는 부렌부어스트를 주문했다. 왕국을 떠난 이후로 고기를 맛보는 첫 기회였다. 부렌부어스트는 정말로 내 취향에 맞지가 않았고, 왕국 주민들에게 추천해줄 수가 없었다. 그래도 머스터드는 달콤하고 맛있었다.

나는 비엔나의 관광명소인 성 슈테판 대성당에 늘 가보고 싶어했었다. 예배를 거른 데 속죄를 하는 것 뿐만 아니라 몇몇 예식에 참석할 희망을 품고 나는 다음에 그곳으로 향했다. 성당은 도시 중심부에 있었지만, 나는 걷는 데에서 즐거움을 얻었고 내가 했던 경험에 대해 숙고하며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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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슈테판 대성당의 내부.

통합 이후 대부분의 예배소가 그렇듯이 성당 안에는 여러 사람들이 떼지어 돌아다니고 있었다. 나는 불의 의식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육신 쪽에는 줄을 선 사람이 너무 많았고 독일어로 진행하는 의례에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의식 도중에 내가 마지못해 시늉만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것도 느껴지지가 않았다. 신을 느낄 수가 없었다. 나는 양해를 구하고 나가서 성당 밖 포석에 앉았다. 눈을 감고 기도했지만, 아무리 애를 써봐도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공허한 느낌뿐이었다. 내가 떠올릴 수 있는 건 어떤 잊혀진 바다에 떠 있는 내 사체의 모습이 전부였다.

비엔나를 떠난 이후로 몇 달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왕국의 예배소에 가봤지만, 매번 같은 경험을 겪었다. 나의 내면으로부터 성스러운 도취감을 이끌어내기도 전에 내가 마지못해 시늉만 하고 있던 적이 수도 없이 많았다. 이제는, 아무것도 없다. 텅 빈 하늘로의 텅 빈 몸짓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내가 그랬던 것과 똑같은 경험을 겪는 모습을 보았고, 그들과 함께인 척 하도록 강요받았다. 나는 가족에게, 신앙 전문가에게, 치료사에게 말했다. 어느 누구도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알아낼 수 없었다. 역시 내 개인 성직자는 내 안전을 위해 이 사실을 비밀로 해 두라고 말했다. 나는 대부분은 그렇게 했다. 이러는 게 온라인 토론창에다가 도움을 구하는 것만큼이나 마음에 끌리니까.

앰브로즈 비엔나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간에, 그 일은 나에게서 뭔가를 앗아가 버렸다. 내가 다시 만들어 낼 수 없는 뭔가를. 그 환각제가 실제로 무엇이었는지 알아내려고 했지만 왕국에서는 특정한 약물 한 가지는커녕, 마약에 대해서는 그 어떤 것도 알아내기가 불가능했다. 식당에 돌아가서 야쿱과 이야기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내려고 다시 비엔나로 갈 생각도 해봤지만 — 물론, 이미 다들 소식을 들었다시피 내가 방문하고 한 달도 채 안 되어서 앰브로즈 비엔나점이 화재로 전소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타블로이드 신문에서는 방화가 원인이라는 추측을 일반화했지만, 내가 그 추측에 동의하는지 아닌지는 말해줄 수가 없다.) 이전 고객들을 찾아내 경험을 비교해보려고 했지만, 그곳에서 나 말고 다른 누군가를 접대했었다는 걸 나타내는 평가나 논평을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내가 확실히 알고 있는 사실은 단 한 가지다. 내가 잃어버린 게 무엇이었든, 나는 절대 원래대로 돌아가지 못하리라는 것이다.

조언을 받았었지만, 더 이상은 기다릴 수가 없다. 이것이 나의 진실이며 나는 이를 숨기지 않을 것이다. 내 이름은 에덴 부마로다. 나의 신은 죽었고, 신 없이는 나 또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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